[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 조합의 실태를 점검한데 이어 바른 조합운영을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 말 정비사업 조합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앞서 지난 2년 동안 현장점검을 벌였다.
적발된 조합의 비리형태는 다양했다. 사업추진 조합 총회의 승인 없이 100억이상의 자금을 차입하거나, 법인통장이 아닌 조합장 개인통장으로 조합 자금을 관리하기도 했다.
또 조합 자금을 자기 돈처럼 쓰거나 용역비 단가를 2배 높게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거나 2인 식비로 월 380만원을 지출하는 등 방만한 경영상태가 계속 드러났다.
서울시는 현장점검에서 적발된 조합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정부와 함께 관련법 개정을 적극 협의해 중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세부 규정마련과 조합장의 교육 등 시의 다양한 지원이 수반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그 동안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후처벌에만 집중돼 왔다"며 "시 관계자들은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비리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회계규정과 예산, 업무규정 등 바른 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해 다음달 중 각 조합에 배포할 계획이다.
한편, 주민의사에 따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구역들은 해제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서울시내 재정비 구역 324곳 중 128곳이 무더기로 해제됐다. 나머지 구역은 현재 실태조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해제된 구역은 앞으로 주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재정비에 나선다.
◇시, 모범조합 선정..'파급효과 노린다'
17일 시는 모범 조합으로 ▲상계4구역 ▲천호1구역 ▲서초 우성3차 ▲영등포 상아현대 4곳을 우선 선정, 른 조합운영 확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상계4구역 조합은 종합소식지와 자금집행 결산서 등을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알리는 등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조합운영비를 연 평균 1780만원 절감, 3년간 총 5340만원을 줄일 수 있었다.
천호1구역은 집창촌과 전통시장 등 171명의 공유자로 인해 의견이 갈리며 지난 6년 동안 조합도 설립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다수공유자 100%가 아닌 75%의 동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서로 소통을 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서초 우성3차는 신속한 이주로 사업비용을 절감한 사례다. 보통 이주까지 6년 걸리지만 우성3차 조합은 3년 6개월만에 이주해 연 1억원이상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해당 추진위원회도 관리사무소를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상가옥상 창고를 이용하는 등 약 2000만원의 비용을 감축했다.
영등포 상아현대는 주민 자율로 특별감사를 실시해 사업초기의 추진위원회의 부조리와 주민갈등 등을 해결, 개선방안까지 마련해 사업을 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는 이들 모범조합에 신용 대출 금리를 4.5%에서 3%로, 담보 대출은 3%에서 1%까지 낮춰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줬다.
이와 함께 보존가치가 있는 한옥을 이전해 공원을 조성한 '마포 용강2구역'과 명도소송을 원만히 해결해 강제집행 없이 이주를 마친 '마포 대흥3구역', '제기동 경동미주아파트단지'등 3곳도 바른 조합운영 대상으로 전파될 예정이다.
이승주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시는 엉망으로 운영하거나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을 찾았다"며 "(이번 모범조합 선정을 통한 파급효과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긍정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시는 다른 조합들이 바르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바른 조합운영을 위해서는 부조리 조합을 적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범사례 선정과 전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운영의 불투명과 불합리를 개선해 바른 조합운영을 유도할 것"이라며 "조합운영 실태점검과 더불어 모범사례도 더 많이 찾아내 바른 조합운영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뉴타운 구역 인근의 중개업소들.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