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지난해 서울시내 재정비 구역 324곳 중 128곳이 무더기로 해제됐다. 나머지 구역은 실태조사 마무리 단계다.
주민 의사에 따라 재정비 구역이 해제되면서, 건설사 중심이 아닌 주민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마을이 전국 곳곳에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로 인해 재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점차 사업해제 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나이를 먹는 옛 도심지역을 재생하기 위한 아이디어 사업이 핵심대안으로 떠으르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노후화 한 마을을 살리 좋은 곳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정부, 도시재생지역에 사업비 적극 지원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컨퍼런스를 통해 도시재생 연구개발(R&D)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지난 3년간 창원·전주 지역 자력형 테스트베드 연구를 통해 주거·상가지역 재생기법과 도시재생 지원센터의 역할 등의 성과물을 발표했다.
또 도시재생사업을 돕기 위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의 도시재생 표준조례안과 국토연구원과 토지주택연구원 등 전문가들과 교수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교류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정부는 도시재생사업 선도지역 11곳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선도지역의 재생사업은 주민과 지자체가 재생계획을 만들고, 정부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도시경제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 9곳으로 4년간 각각 250억원, 1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들은 도시재생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17일 부천시는 원미구 춘의, 원미, 심곡동 일대 4.12㎢를 부천 산업의 중추지역이 되도록 조성 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기반시설 설치 등을 위해 4200억원을 부천시가 부담하고, 약 1조9700억원은 민간 투자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동구 일원 총 규모 2.2㎢에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등 역사문화 자원과 내항1·8부두 재개발과 동인천역 인근까지 연계하는 '인천개항 창조문화도시'로 만들 예정이다.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면 국비와 시비 각각 250억원씩, 총 500억원이 투입된다.
부산시는 북항재개발 사업과 부산역 일원 종합개발계획,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동구 충장로~부산역~중앙로를 800m 데크로 잇는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광주 동구와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 20곳이 국토부에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신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다음달 말 신청한 곳들 중 2곳을 선정해 사업비용을 지원한다.
◇서울시, 40년된 장안평 도시재생모델로 육성
서울시도 84만여㎡규모의 종로구 창신1~3동과 숭인동의 뉴타운 정비구역을 지난해 해제하면서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정부에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시에서 관심 있게 추진하는 사항으로,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 기반시설과 공공이용시설이 늘어난다.
또 성곽마을 등 역사적 가치와 전통시장, 일자리 육성 등과 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사업이 진행된다. 국고와 특별회계 등을 포함, 1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 40여년간 이어진 자동차 산업 중심지였던 성동·동대문구 장안평 일대를 지역자원과 연계해 도시재생모델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기존 자동차산업과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순환적 정비를 추진하며, 장안평 자동차유통산업~중랑물재생센터~서울재사용플라자를 성장발판으로 삼아 미래 산업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시는 또 주차장이나 도로 등 공공시설을 확충하며, 중고차매매시장의 용도제한 요인인 도시계획시설 해제도 검토한다. 올해 시는 이번 방안을 토대로 용역을 발주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지역산업과 장소의 특성을 살리고 사람과 교류하면서 지역과 산업이 동반성장하는 도시재생을 장안평에서 시작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환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존 재개발 사업은 민간 건설사들이 만들어 내는 상품 개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도시재생사업은 가치개념으로 접근해 우리가 사는 마을과 도시에 애착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시민과 정부, 전문가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방식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나 인구는 늘어나기 않을 것"이라며 "환경과 일자리 창출 등 이런 계획들도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장안평 일대. (자료제공=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