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알뜰주유소요? 손님, 주유소 업주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졌어요. 값이 싼 만큼 질이 안 좋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거든요."
대전에 위치한 A주유소는 최근 알뜰주유소에서 정유사 폴 주유소로 간판을 교체했다. 기존 알뜰주유소 건물을 임차하게 된 업주가 폴 주유소로 전환하겠다고 건물주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도 알뜰주유소 간판 유지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정유사 폴사인 주유소와 비교해 휘발유 값이 싸지도 않을 뿐더러 가짜석유 판매로 신뢰도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굳이 알뜰 주유소를 이어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얼마나 싼지 궁금해 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제공 사이트 오피넷을 조사해봤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가장 비싼 서울과 가장 싼 대구 지역에서 그래도 알뜰주유소가 가장 싸게 팔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두 곳 지역 모두 알뜰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았다.
기름값이 가장 낮은 대구의 8개구(주유소 개수 407개) 가운데 북구만 유일하게 가장 싼 주유소로 알뜰주유소가 꼽혔다. 나머지 지역구는 모두 정유사 폴사인 주유소가 가장 싸게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가장 싼 주유소 가운데 알뜰주유소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알뜰주유소의 수 자체가 극히 작았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큰 경쟁력이 없었다. 400여개의 자영 알뜰주유소의 2월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49.66원으로, 같은 기간 주유소 평균 가격 대비 46.77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기름 값 리터당 100원 인하'를 목표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도입 2년이 지나도록 휘발유 값 인하라는 숙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승승장구하던 알뜰주유소의 성장세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1029곳으로, 지난 1월보다 2곳이 감소했다. 관련 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가 인근 주유소보다 가격이 비싸거나 할인 폭이 크지 않을 경우 가하는 압박 때문에 알뜰주유소가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간 주유업계의 견제와 소비자들의 외면에 기댈 곳이라고는 정부밖에 없었는데, 유일한 버팀목마저 등을 돌리면서 알뜰주유소는 그야말로 미운오리새끼 신세로 전락했다.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없어져서 불편을 느낄 소비자가 몇이냐 되겠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까지 국내 전체 주유소의 10%를 알뜰주유소로 채우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만 고수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도입 2년. 접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격인하 효과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심지어 알뜰주유소의 수가 늘더라도 '기름 값 리터당 100원 인하'는 허언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확인된 상황에서 목표량을 달성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 채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양적 성장에서 한발 물러서 질적 성장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