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새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며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밝힌 가운데 해마다 정부의 규제 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정부 출범 후에는 규제 증가 폭이 줄어드는 대신 규제 강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규제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정부에 등록된 규제는 총 1만5269건으로 전년보다 38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규제가 연평균 661건씩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연도별 누적 규제 추이(자료=현대경제연구원)
이 중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무거운 '주된 규제'의 비중이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된 규제'는 2009년 50.8%에서 2013년 50.3%로 4년간 0.5%포인트 감소했다.
'주된 규제' 가운데 투자와 일자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규제'의 비중도 2009년 34.1%에서 2013년 32.9%로 4년 동안 1.2%포인트 감소했고, 시장진입 규제 등 '직접적 규제'의 비중도 하락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소비자의 안전과 환경 등에 관계된 '불가피한 규제'의 비중은 늘었다. 소비자 안전 관련 규제는 2009년 이후 4년간 1.2%포인트 증가했고(47.5%→48.7%), 환경에 대한 규제도 같은 기간 24.4%에서 24.5%로 0.2%포인트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반적인 규제 증가 폭 감소 속에서도 규제 강도가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승인이 필요하고 강한기준이 적용되는 '강한 규제' 경우 2009년 54.4%에서 2013년 55.2%로 4년간 0.8% 상승했다.
사전승인 규제, 강한 기준 규제, 약한 기준 규제, 정보 규제 등 4가지 규제 유형별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규제 강도를 고려한 규제 지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규제 1건당 점수가 2009년 2.374점에서 2013년 2.386점으로 소폭 증가했다.
◇2013년 기준 중앙부처별 등록 규제 건수(자료=현대경제연구원)
지난해 기준 행정부 공무원 1000명당 등록규제 건수는 24.8건이며, 부처별 규제 건수는 국토교통부 2442건(16.0%), 해양수산부 1492건(9.8%), 산업통상자원부 1214건(8.0%), 보건복지부 1203건(7.9%), 금융위원회 1096건(7.2%)의 순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이후 1년간 규제 증가는 국토부가 79건으로 가장 많고 금융위(60건), 농축산식품부(39건), 환경부(33건), 해수부(31건) 순이었다.
이번 분석을 수행한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규제 증가 폭은 줄어들지만 규제 건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규제총량제가 조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법령 등을 개정해야 한다"며 "규제 강도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업과 국민 등 규제를 받는 쪽의 부담과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