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찬반투표 끝에 정부와의 의정 협상안을 수용키로 하면서 오는 24일부터 6일간 예고된 2차 총파업은 철회됐다.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아 국민적 불안은 덜게 됐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0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의-정 협상안 찬반투표 결과 “파업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사진=이경화 기자)
의사협회는 20일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7일 오후부터 이날 정오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 집계 결과, 62.16%(2만5628명)가 ‘협의 결과를 수용하고 파업을 유보한다’에 찬성함으로써 협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반면 '협의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하자'는 반대표는 37.84%(1만5598명)에 그쳤다. 협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강행은 불가피했으나, 안팎의 예상대로 무난히 통과되면서 파행 끝에 도출된 협의안은 효력을 지니게 됐다.
이번 투표는 의정 협의안 채택과 총파업 강행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의협 시·도 의사회에 등록된 회원 6만9923명의 59%인 4만1226명이 참여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17일 정부와의 최종 담판 끝에 그간의 핵심쟁점에 대해 협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발표된 의정 협의안에는 ▲원격진료 도입 이전 시범사업 시행을 통한 검증 ▲영리 자법인 설립 등 투자활성화 방안 논의 과정에 보건의료계 참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변경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의료수가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결정하는 건정심 구성안을 의협 주장대로 개편하도록 함에 따라 의료계의 숙원인 수가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의협은 다만 정부가 협의안을 불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다시 총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면서 압박의 수위를 놓지 않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철저히 지키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가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밀고 나간다면 또 다시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표는 총파업 철회가 아닌 유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또 “의사들은 잘못된 정책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오해와 정부의 강경한 협박도 감수하면서 이번 투쟁에 나섰다”며 명분을 내세운 뒤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염려했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지난해 11월 원격의료 시스템 구축 본격화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의협의 투쟁은 지난 3월10일 하루 총파업 사태로 이어졌지만, 이날 의협 투표 결과 의정 협의 결과를 수용키로 하면서 어렵사리 봉합됐다.
하지만 의정 협의안 중 건정심 구조 개편에 따른 의료수가 논란은 이면합의, 제 밥그릇 챙기기 등 각종 비난과 지적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와 의협 간 협의안을 두고 본질은 의료수가라며 야합이라고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투표 과정에서도 정부와 의협은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한다’는 협의 내용의 해석을 놓고 이견을 보였으며, 노 회장은 이날 개표에 앞서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설명을 요구하며 개표 결과 발표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신경전은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