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U정상회담, 러시아 제재 조치 나올까?..각국 '분주'

3차 제재 방안 논의 전망..EU회원국 의견 분분

입력 : 2014-03-20 오후 5:55:4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이 크림반도 분리·독립에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자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어 20일(현지시간)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간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는 1,2차에 이은 3차 제재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에너지와 군사 부분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EU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더 강력한 제재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러시아 3차 제재 도입 초읽기..에너지 수입선 바꿀수도
 
이날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러시아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의 1, 2차 제재에도 러시아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자 이번 회의에서 3차 제재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EU는 이미 1차 제재 때 비자 면제 협정을 중단했고 2차 제재로 러시아와 크림공화국 고위 인사 21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3차 제재로 천연가스 거래와 군사협력 중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크림 자치공화국 고위 인사 중 자산 동결이나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받는 인원이 늘어날 수도 있다.  
 
유럽이 러시아에 의존하는 에너지 비중이 너무 커 러시아 제재에 항상 불안이 따랐는데, 미국이 유럽의 에너지 수출을 돕겠다고 나서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할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에 고무된 영국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셰일가스로 수입원을 바꾸자며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영구 제명하자는 초강수까지 뒀다.
 
아울러 EU 등 서방국은 러시아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체면치례를 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지난 6일 임시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은 논의를 한 바 있다.
 
케르치 해협과 러시아를 해저 터널로 연결하는 방안 또한 거론될 예정이다.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기로 한 주요 8개국 정상회담(G8) 또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부 EU 회원국은 이번 G8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추가 제재 '부담'.."자산 동결 대상 늘리는 데 그칠 것" 
 
그러나 러시아 잡으려다 유럽 경제를 망쳐놓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별다른 제재안이 마련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와 맺고 있는 경제·군사적 관계 때문에 제재를 속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프랑스는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 공조를 이루고 있어 3차 제재 논의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프랑스는 러시아 해군에 헬리콥터를 탑재한 미스트랄 군함을 제공하는 12억유로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방 지원금이 줄어드는 추세라 프랑스 군수업체 입장에선 러시아와의 계약은 마른 땅에 단비와도 같다. 그런데 3차 제재로 이 계약이 무위로 돌아갈 위험에 처한 것이다.
 
투자 기관들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 금융권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다. 소시에테 제네랄 같은 은행부터 유통업체 오샹그룹, 자동차 업체 르노, 석유 메이저 알스톰, 식품업체 다농, 보험사 AXA 등 수많은 프랑스 기업들이 러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풀어 놨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도 프랑스 못지 않게 러시아 제재가 부담스럽다. 독일에는 러시아와 관련된 기업이 6000개나 된다. 이들 기업에서 독일인 30만명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러시아 제재로 해당 기업들의 재정이 악화되면 고용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될 수 있다.
 
러시아에 에너지 수입을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체 에너지 수입의 38%가 러시아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EU 내부에서 러시아 대신 미국으로 에너지 공급선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독일은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립 미스펠더 기독교민주당 의원은 "러시아를 제재하려다 우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도 에너지 문제 탓에 러시아를 제재하기 쉽지 않다. 폴란드는 전체 원유의 무려 97%를 러시아에서 수입해다 쓴다.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우방인 폴란드가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이탈리아도 에너지와 투자 부문에서 걸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탈리아는 천연가스의 32%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지난 2012년의 24%에서 급격하게 올랐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ENI를 비롯한 400개 업체가 러시아에 60억유로를 투자해 놨기 때문에 기업들도 러시아 제재를 꺼린다.
 
이처럼 제 발등 찍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추가 제재안이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알렉산더 슈투브 EU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번에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추가 제재안은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총기 수출 금지나 비자 발급 금지 대상을 늘리는 차원에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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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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