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 vs. 2NE1, 한 달간의 ‘걸그룹 전쟁’ 승자는?

입력 : 2014-03-24 오후 1:19:43
◇소녀시대. (사진=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소녀시대와 2NE1. 국내를 대표하는 두 걸그룹이다. 지난달 말 3일 차이로 새 앨범을 발표한 두 팀은 약 한 달 동안 치열한 ‘걸그룹 전쟁’을 펼쳤다. 가요계에서 최고 인기 그룹들이 같은 시기에 컴백해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
 
소녀시대와 2NE1의 대결에 가요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걸그룹의 대결은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두 팀 사이의 승부는 어떻게 났을까.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음반 강세 소녀시대, 음악 순위 프로그램 휩쓸어
 
가온, 한터 등 음반 판매 차트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소녀시대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에서도 2NE1에 앞섰다. 24일 기준으로 소녀시대의 ‘미스터 미스터’는 약 135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2NE1의 ‘컴백홈’은 약 670만건에 머물러 있다.
 
소녀시대는 Mnet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모든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1위를 휩쓸어 '엠카운트다운'과 '인기가요'에서만 1위에 오른 2NE1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소녀시대가 이번 활동을 통해 다른 걸그룹에 비해 월등한 팬덤을 보여줬다”며 “음악 프로그램에서 2NE1에 비해 더 많은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팬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 23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소녀시대가 1위를 차지한 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지난 9일 컴백과 동시에 '인기가요' 1위에 올랐던 소녀시대는 다음주 방송에서 2NE1에게 정상을 내줬다. 하지만 다시 1주일 만에 1위 트로피를 가져오는 저력을 보여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녀시대가 컴백 이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상승세를 탔다”며 “흐름이 빠르게 바뀌는 가요계에서 음악 프로그램 1위 자리를 한 번 내줬다가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2NE1. (사진=YG엔터테인먼트)
 
◇음원 강세 2NE1, 실익 챙겨
 
컴백에 앞서 소녀시대는 지난달 19일 '미스터 미스터'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같은달 24일 앨범을 정식 발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YG는 2NE1의 앨범을 24일 발표하겠다며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YG는 공식 SNS를 통해 소녀시대와 2NE1의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다른 소속사의 그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소속 가수의 앨범 홍보에 나서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이후 뮤직비디오의 데이터 손실을 이유로 소녀시대의 컴백이 미뤄졌고, YG 측이 2NE1의 멤버 CL의 생일에 맞춰 앨범을 내겠다며 신곡 발표 시기를 다시 연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2NE1의 컴백 시기를 소녀시대와 맞춘 것은 YG의 영리한 전략이었다”며 “소녀시대와의 대결을 통해 이슈를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2NE1은 분명 이득을 챙겼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NE1은 지난해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 '두 유 러브 미'(Do you love me), '그리워해요' 등의 노래를 내면서 꾸준히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한 정규 앨범만큼의 뜨거운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오히려 '음원 강자'로 떠오른 씨스타에게 추격 당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면서 걸그룹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 가운데 소녀시대와의 정면 대결을 선택하면서 소녀시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 2NE1이 이번 '걸그룹 전쟁'을 통해 확실한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2NE1은 음원 차트에선 소녀시대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더블 타이틀곡인 '컴백홈'과 '너 아님 안돼'가 모두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음원 파워를 보여줬다. 또 CL의 자작곡이 담긴 이번 앨범을 통해 다른 걸그룹들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걸그룹 전쟁' 승자는 소녀시대..팬층과 소속사 마케팅이 승부 갈라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승부를 가리기 어렵지만, 노래 대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이번 대결의 승자는 소녀시대"라고 입을 모았다. 음악 프로그램 1위가 상징하는 바가 큰데다가 대중적인 인기와 화제몰이의 측면에서 소녀시대가 2NE1을 앞섰다는 것.
 
그렇다면 양 팀의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관계자들은 소녀시대의 탄탄한 팬층과 양 소속사의 마케팅력 차이를 꼽았다.
 
소녀시대는 컴백 이후 SBS '힐링캠프', MBC '라디오스타', Mnet '비틀즈코드'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췄다. 멤버 윤아와 수영의 열애 등 언급을 꺼릴 법한 굵직굵직한 이슈가 있었지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팬덤의 결집이 이뤄졌고, 이것이 성공적인 앨범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2NE1의 방송 출연은 음악 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유일했고, 순위제 프로그램의 경우 ‘뮤직뱅크’(KBS)와 ‘음악중심’(MBC)엔 아예 출연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방식의 활동은 컴백 이전부터 이미 예상됐다. YG 소속 가수들은 지난해 연말에도 SBS '가요대전'에만 얼굴을 내비쳤을 뿐, MBC '가요대제전'과 KBS '가요대축제'엔 출연하지 않았다. 2NE1은 현재 월드 투어를 진행하며 오히려 해외 활동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현석 대표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속 가수들의 새 소식을 이따금씩 전하고, 소속 가수들은 콘서트 위주의 활동을 펼치는 등 YG는 팬보다는 철저히 소속 아티스트 중심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친근함과 소통을 앞세우는 다른 가요 기획사들에 비해 선택적인 마케팅을 하고, 한정된 창구를 통해서만 생각을 전한다는 점에서 양 대표와 한때 함께 그룹 활동을 했던 가수 서태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은 가요 기획사의 주수익원이라기 보다는 홍보의 수단에 가깝다. 이미 어느 정도 이상의 위치에 올라선 그룹과 기획사의 경우엔 그런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보고 싶은 사람은 찾아서 보게 돼 있다'는 식의 홍보가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대중적인 인기 측면에선 아무래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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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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