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구단 강점·약점)⑥'FA로이드' SK, 2루수와 불펜이 변수

입력 : 2014-03-2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는 한때 21세기의 신흥 강팀으로 꼽힌 팀이다. 특히 지난 2007~2012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왕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SK는 지난해 6위로 시즌을 마쳐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 탈락이란 아픈 순간을 맞았다. 게다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게약선수)의 자격을 확보한 타자 정근우가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2008년 이진영(LG)을 시작으로 2011년의 정대현(롯데), 이승호(롯데, 현 NC), 2013년 이호준(NC)에 이어 주전급 선수 중 다섯 번째 이적이다. 
  
올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선수는 무려 8명이나 된다. 팀으로서는 불안요소지만 FA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하는 선수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오랫만에 가을에 쉰 SK, 올해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SK와이번스가 강화군에 건설하는 퓨처스(2군) 연습장인 'SK드림파크'. (이미지제공=SK와이번스)
 
◇S(Strength : 강점) - 구단의 '화끈한' 투자
 
SK의 최근 강점은 단연 구단 차원의 막대한 투자다. 이는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확보하는 것에서 부터 시설 투자까지 다양하다. 전임 김성근 감독 시절 '짠돌이' 구단의 대표 격이었지만 이만수 감독 취임 이후로는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뛰던 거포인 루크 스캇(Luke Scott·35)의 영입이 대표적 예다.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 현역 출신이다.
 
SK는 지난해 14승을 올린 에이스 크리스 세든(Chris Seddon·31)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빼앗겼다. 그렇지만 조조 레이예스(Jo-Jo Reyes·30)를 붙잡았고, 로스 울프(Ross Wolf·31)와 계약을 마쳤다. 1명을 의무 영입해야 하는 타자로는, 스캇을 택했다.
 
외야수인 스캇의 영입에는 논란이 많았다. 지난 시즌까지 템파베이 레이스의 유니폼을 입고 300만 달러를 받던 그가 SK와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것이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월급 30만 달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다.
 
어찌됐든 스캇의 영입은 SK가 선수단 보강에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FA가 받는 연봉이 높아졌긴 하지만 아직 30만 달러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SK는 유망주 발굴과 시설 투자에도 열심이다. 퓨처스리그 성적을 연봉 산정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오는 5월 강화에 2군 전용 훈련장(SK드림파크)을 개장한다. 퓨처스리그 만년 하위권이던 SK가 육성 부문에도 돈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SK와이번스의 붙박이 2루수이던 정근우(왼쪽 두 번째)는 2013시즌이 종료된 후 FA(자유계약선수)의 자격을 얻었고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겼다. ⓒNews1
 
◇W(Weakness : 약점) - 불펜을 메웠지만 2루수는 아직..
 
올시즌 SK는 1번타자 겸 2루수로 뛰다 한화로 옮긴 정근우의 공백을 메워야만 한다. 정근우의 빈 자리는 꽤 크다. 2루수와 함께 '구멍'으로 꼽힌 불펜은 잘 메운 듯 하지만, 2루수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SK는 수비가 강한 팀이었다. 특히 포수-투수-2루수-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은 막강했다. 포수는 올해부터 2군 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박경완과 FA로 팀에 합류한 조인성이, 중견수는 '짐승' 김강민이 버티던 자리다. '투수 왕국'으로 장기간 불릴 정도로 많은 투수가 좋은 투구를 펼쳤고 2루는 정근우가 사수했다.
 
하지만 정근우가 이적하자 2루는 최악 포지션이 됐다. 톱타자의 역할은 김강민이 메울 지라도 2루는 쉽게 채우지 못한 것이다. 현재 SK의 2루수 자리에는 유격수에서 포지션을 바꿀 것으로 보이는 나주환을 비롯해 김성현, 신현철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범경기 기간동안 불펜은 예상외로 선전했다. 윤희상과 레이예스 등 선발들이 일찌감치 무너지는 경향을 보인 것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실점이 적었다. 주축 불펜으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계투(박정배-이재영-임경완-전유수-진해수) 중 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2.1이닝 동안 1점만을 내줬던 박정배 뿐이다. 
 
◇김광현, 이만수 감독, 박진만. ⓒNews1
 
◇O(Opportunity : 기회) - 'FA로이드' 선수 최소 8명
 
'FA로이드'란 말이 있다. '스테로이드'와 FA를 합성한 조어다. FA를 앞둔 선수들이 거액 계약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뛰며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을 빗댄 것이다. 
 
올해 SK는 최정, 김강민, 김상현, 나주환, 박재상, 박진만, 이재영, 조동화가 FA를 앞두고 있다. 게다가 만약 아시안게임에 대표 선수로 출전할 경우 규정에 의한 FA 일수 확보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을 김광현도 있다. 최대 9명이 FA로 풀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 요인이다.
 
특히 김광현과 최정 등은 올시즌 활약에 따라 해외 진출까지 노릴 수도 있다.
 
김광현은 24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4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FA의 자격을 얻어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선언과 함께 포스팅시스템(비공개 입찰 경쟁)을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 한다는 구체적 입장을 밝혔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 리그에) 나가고 싶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최정은 해외로 진출해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국내에 남게 되더라도 많은 금액의 영입 제의를 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경기도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10구단으로 내년 1군에 오를 KT위즈는 수원 유신고 출신이자 통신사 라이벌 구단 선수인 최정을 강력히 원할 것이다. 국내 잔류시 총액 100억설이 공공연히 나오는 이유다.
 
나머지 7명도 올시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뛸 동기가 충분하다. 
 
◇T(Threat : 위협) - 늙어가는 투수진,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
 
프로야구 감독 중 팬들에게 욕을 먹지 않는 이는 찾기 힘들다. 승부의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야하는 감독의 숙명이다. 3년 연속 통합 우승의 위업을 세운 류중일 삼성 감독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유독 SK의 이만수 감독은 자팀 팬에게 많은 비난을 듣는다. 
 
이 감독이 꼭 명예회복을 해야만 하는 이유다. 이는 성적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무리한 경기 운영에 집착할 경우 팀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무리한 짜내기를 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 경우 올해 뿐 아니라 향후 몇년간 팀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시범경기서 불펜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마무리 투수로 확고한 박희수와 달리 박정배를 빼곤 다른 계투는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어느 순간에 무너질지 알수 없다.
 
젊은 투수진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김광현이 1군 투수조의 막내 생활을 오래 해왔던 것으로도 쉽게 증명된다. 팬들이 부르는 김광현의 별명은 '7베막'이다. '7베막'은 '7년 베테랑 막내'란 뜻이다. 7년차라면 다른 팀에선 중견 급이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 SK그룹의 기업 이념인 수펙스(SUPEX : Super + Exellent)를 제대로 실현하던 팀이다. 지고 있다가도 끝내 이기는 야구, 매우 끈끈한 느낌의 야구, 빈틈을 발견하기 힘든 야구 등은 그룹의 이념과 맞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SK는 위력이 사라졌다. 많은 전문가가 SK를 중하위권으로 거론하고 있다. 
 
지난 시즌 6년 만에 처음 가을에 TV로 다른 팀의 경기를 봐야 했던 SK의 선수들. 올해 가을에는 그라운드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SK가 다시 도약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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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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