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소속 권 모 과장이 유서를 통해 검찰 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과장은 A4용지 9쪽 분량의 유서에서 "검찰이 한쪽 반향으로 수사를 몰고 있으며 요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이어 "국익을 위해 활동하다가 중국에서 사형을 당할지언정 국내에서 죄인처럼 살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종북세력에 떠밀려 국정원 흔들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면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사건의 진위 여부와 관련 없는 일로 국론이 분열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국정원장께 제대로 된 대공수사를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힌 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언제나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일만 해왔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검찰의 3차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 22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하남시의 모 중학교 앞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권 과장이 타고 있던 승용차 안에는 다 탄 번개탄이 발견됐다.
행인에 의해 발견된 권 과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인근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상태가 위중해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권 과장은 현재 국정원측 보호 속에 중환자실에서 점차 안정을 찾고 있으며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로 의료진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우성(34)씨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입수하고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명의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영사인증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권 과장은 자살시도 하루 전인 지난 21일 밤 늦게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조사를 담당한 검사와 격한 언쟁 끝에 검찰청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갑근 간첩증거 위조 의혹 수사팀장(검사장)은 "자살기도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팀이 그동안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자 노력과 헌신과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훼손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