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美나스닥 흔든 바이오株, 거품 꺼지나

5년간 369% 급등..고가 신약 논란에 '휘청'
"최대 25% 급락" vs. "여전히 낙관"

입력 : 2014-03-25 오후 4:00:28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신약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거침없는 랠리를 펼쳐온 바이오주가 거품 붕괴 우려에 직면했다. 고가 신약 논쟁으로 시작된 바이오주의 하락이 얼마나 지속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NBI)는 전 거래일보다 77.77포인트(3.02%) 하락한 2499.44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4.42% 떨어지며 2011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후 또 다시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 같은 영향에 나스닥 지수도 1% 넘게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 지수(-0.16%)와 S&P500 지수(-0.49%)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오주의 충격파는 상당하다.
 
실제 이날 희귀병 치료제인 솔리리스 개발사 알렉시온 제약이 6.3%, 다발성 경화제 치료제인 아보넥스 개발사 바이오젠이 1.9% 하락했다. 세루스와 노바백스는 모두 10%가 넘게 주저앉았다.
 
전체 121개 NBI지수 구성 종목 중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10개에 불과했다.
 
◇5년새 369% 급등..고가 신약 논란에 '와르르'
 
바이오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주식 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 중 하나로 꼽혔다.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이 잠재적으로 매우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NBI 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에 도달했던 2009년 3월부터 약 5년간 369%나 치솟았다. 지난 1년간의 상승폭(55%)은 나스닥 지수의 상승폭(33%)을 훨씬 앞선다.
 
지난달 27일에는 2844.65포인트로 사상 최고가를 밟기도 했다.
 
개별 종목의 상승세도 눈부셨다. 유전자 분석 기업인 일루미나가 지난 1년간 무려 186%나 급등했고, 미국 내 10대 제약회사인 암젠도 30% 올랐다. 
 
◇지난 5년간 나스닥 지수와 NBI의 주가 상승률 추이 비교(자료=나스닥 홈페이지)
 
그러나 바이오주의 찬바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미국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회가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신약 가격 책정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서한을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앞서 길리어드는 C형 감염 치료제인 소발디의 가격을 8만4000달러로 책정했다. 이후 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약 값이 너무 비싸다는 반발이 나타났고 의회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사건을 길리어드의 개별 악재가 아닌 바이오주 전체의 악재로 받아들였다. 그 동안 바이오주가 과도하게 고평가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향후 실적 전망을 기준으로 한 NBI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로 나타났다. S&P500 지수의 PER이 25배를 월등히 앞서는 수준이다.
 
팀 그린스키 솔라리스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의회의 개입이 전체 업종의 위험 요인으로 부각됐다"며 "가격적인 측면에서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지난 1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9000만달러를 조달하며 화려하게 증시 데뷔를 한 디서나제약의 부진도 우려의 한 축이 됐다. 상장 첫날 270% 폭등한 디서나제약은 현재 당시 종가대비 26%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대 25% 급락할 것" vs "여전히 전망 낙관"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바이오주의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어 조정 강도가 관건이다. 현재 NBI 지수는 지난달의 사상 최고가보다 9.7% 하락한 상태다.
 
큰 폭의 조정을 전망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단연 고평가된 가격이다.
 
조나단 크린스키 MKM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NBI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은 상당한 수준의 조정을 맞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앞으로 5~7%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러스 코스테리치 블랙록 수석투자전략가도 "가치주들과 비교했을 때 바이오 관련주의 주가는 상당히 고평가 돼있다"며 "투자자들은 시장 전반의 문제보다 성장주들의 가치를 보고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바이오주의 고평가 우려와 외부 악재가 결합할 경우 20~25%의 급락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바이오주의 조정이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며 향후 전망도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바바라 라이언 FTI 컨설팅 애널리스트는 "제약 시장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길리어드 사건과 같은) 공포스러운 일들이 시장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리스 피커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도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성과에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가치가 달려있다"며 "당분간은 바이오주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주에 대해 66%의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는 로이터의 분석 역시 단기 조정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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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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