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최근 중국 경제에 악재가 쏟아지며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 지방은행에서는 디폴트에 대한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까지 잇따른 부진을 나타내고 있어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악재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과잉생산 기업을 퇴출하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세가 가팔라지면서 2분기나 3분기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만큼, 대규모 부양책보다는 '미니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디폴트 우려에 뱅크런까지 발생..지표도 줄줄이 부진
최근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디폴트 발생으로 도미노 디폴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 지방 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관영매체를 인용해 "중국 동부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장쑤서양농촌상업은행의 한 지점에서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은행 관계자는 WSJ에 "예금자들은 원하는 만큼 돈을 찾아갈 수 있고 자금은 풍부하다"며 지급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지만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7일 태양광 전지 업체인 상하이 차오리솔라가 중국 내에서 처음으로 회사채 디폴트를 맞았다. 2년전 발행한 10억위안 회사채에 대한 이자 8980만위안을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다른 기업들의 디폴트 선언이 이어졌다. 12일에는 태양광패널 업체인 바오딩티앤웨이 바오비엔이 디폴트를 냈고 14일에는 하이산철강, 18일에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상룬부동산까지 줄줄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추가 디폴트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디폴트 위험이 있는 12개의 기업들을 선별했는데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온 반도체, 원자재, 광업 등의 업종들이 높은 디폴트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달 제조업 지표를 비롯한 1~2월 수출·고정자산투자·부동산 등 각종 경제지표들 역시 줄줄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춘제 영향권을 벗어나 반등을 기대했던 HSBC가 발표한 중국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가 48.1을 기록해 8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HSBC 중국 제조업 PMI 추이(자료=Investing.com)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드 캐피탈이코노믹스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춘제 왜곡 효과가 끝나고 반등이 나올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지표에 따른 실망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디폴트 용인하는 정부..구조조정 가속화로 금융 시장 위기 고조
중국 금융 시장의 이같은 악재들은 중국정부가 과잉생산기업을 퇴출하기 위해 실적 악화 기업의 디폴트를 용인하는 등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일부 기업이나 금융상품의 디폴트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부실 기업들에 더이상 인위적인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판궁성 인민은행(PBOC) 부행장 역시 "체계적인 위험이 없다면 시장 동력에 의한 일부 디폴트는 허용되야 한다"며 "디폴트에 대한 강경 대처는 시장 메커니즘을 웨곡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다오쿠이 전 PBOC통화정책위원 역시 "중국 금융권의 부실을 정리하려면 민간 기업 회사채가 더 많이 디폴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이 대출시장의 건정성을 위해 채권시장의 디폴트를 일정부분 허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더 이상 기업의 손실에 대해 국가가 재정적인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460억위안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을 4% 금리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디폴트로 신용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주 연속 유동성 흡수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소식에 단기금리는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들어 최장기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7일물 레포 금리 추이(자료=PBOC 홈페이지)
◇中정부, 경기부양 가능성 커졌다..핵심 변수는 '고용'
다수의 전문가들이 올해 중국이 경제 성장률 목표인 7.5%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중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보다 급격히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양책으로는 유동성 확대가 거론된다.
PBOC의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역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으로 추가 유동성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제조업 지표 부진에 성장률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지자 역RP 매입으로 4000억위안 이상의 자금을 공급한 전례가 있다.
지급준비율이나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 등에 대한 관측도 있다. 장지웨이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PBOC가 유동성을 촉진하기 위해 올 2분기와 3분기에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중국 금융당국은 증시를 살리기 위해 우선주 발행을 허용하는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금융 규제에 이어 민간부문 투자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에 기대도 커지고 있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민간 투자 진입 장벽 완화, 지하철·공공주택·대기 정화 등에 초점을 맞춘 지출, 대출금리 자유화 등을 포함한 추가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미니 경기 부양책을 펼쳐 효과를 본 만큼,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이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등 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실제로 리 총리는 지난주에 "내수가 안정적인 속도로 확대될 수 있도록 투자와 건설 계획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지웨이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 정부가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정부가 조만간에 대규모 부양책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용시장의 부양책은 그림자 금융 규모를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대규모 투자는 과잉생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리다오쿠이 전 PBOC 통화정책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내놓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진단했다.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 애널리스 역시 중국 정부가 "당분간 눈에 띄는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이 추가 부양책 시기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리 총리는 "고용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며 "고용시장의 안정이 유지되려면 중국은 최소 7.2%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아직 고용 시장의 둔화가 두드러지지 않는 만큼, 중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줄리안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중요시하는 고용시장에서 아직 큰 둔화세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