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서로 “내가 최초”..소비자 혼란 가중

입력 : 2014-03-26 오후 8:47:13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전기전자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의 '업계 최초' 경쟁이 또 다시 불거졌다. 우후죽순처럼 출시되는 수많은 최초 제품에 소비자들의 혼란 역시 가중되고 있다. 
 
지난 25일 LG전자(066570)는 신형 제습기에 세계 최초로 인버터 기술을 접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그보다 5일 빠른 지난 20일, 인버터를 적용한 제습기 5종을 출시하며 업계 최초로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제습기에 적용시켰다고 소개했다.
 
같은 제품에 세계 최초가 두 개인 셈이다. 이를 두고 양 사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LG전자는 “경쟁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던 지난 3일 국내에 첫 예약판매를 시작했으니 최초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인버터 제습기를 제일 먼저 시장에 내놨다”며 최초라는 표현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양 사 주장 모두 옳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미리 철저하게 조사한 후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최초라는 수식어 획득은 곧 업계 선도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 선도기업이 갖게 되는 상징성은 곧바로 시장선점을 통한 마케팅의 유리함과 이어진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최초라는 단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기 위해 각 종 꼼수도 난무하는 상황. 이 관계자는 "경쟁업체에서 최초 제품을 출시하면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해 또 다른 최초 제품을 탄생시키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초 타이틀을 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결구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 사는 지난해 10월 휘어진 화면을 탑재한 커브드 스마트폰 ‘삼성 갤럭시 라운드’와 ‘LG G플렉스’를 2일 격차로 출시하며 ‘세계 최초 커브드 스마트폰’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이틀 먼저 제품을 출시하면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출시 과정에 있어 긴장감을 자아냈다.
 
또 양사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 가전전시회(IFA) 2013’에서 울트라HD(UH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과 LG는 각각 55형 커브드 UHD OLED TV와 77형 커브드 UHD OLED TV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 공개된 커브드 UHD OLED TV의 경우 지나친 최초 경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없는 차이로 쏟아지는 ‘최초 상품’의 홍수 속에 제품 선택에 혼란을 느낀다는 점이다. 합리적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되야 할 최초 제품이 단순 기술과시용으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눈을 가리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가전쇼(CES) 2014’에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기술은 보였지만 그에 준하는 매력을 가진 제품은 없었다"며 "혁신성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이 제품의 상용화를 고려하기 보다는 경쟁적으로 기술력을 과시하기 바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제품의 올 한해 흐름을 가늠케 하는 행사에서 나온 업계 관계자의 분석은 가중 될 소비자들의 혼란을 미뤄 짐작하게 한다.
 
범람하는 최초 제품으로 인한 혼란은 소비자뿐만 일부 판매자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가전기기 판매점 관계자는 “솔직히 브랜드 별로 너무 많은 최초 상품이 출시되고 있어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뭐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최근 출시한 인버터 제습기에 '최초' 타이틀을 붙여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모델 김연아 선수(왼쪽)와 LG전자 모델 손연재 선수(오른쪽)(사진=삼성전자·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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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