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크림' 때문에 등 돌린 미국과 러시아..관전포인트는?

오바마 "EU,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낮춰야"
러시아 군 병력,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
"전면전 가능성 낮아"..다만, 경제는 혼돈 속

입력 : 2014-03-27 오후 4:53:52
[뉴스토마토 윤석진·김희주기자] 미국이 폭주하고 있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과의 경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크림반도를 접수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본토를 비롯한 동유럽 일대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국력이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강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악재로 글로벌 시장이 한동안 흔들릴 것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었다.
 
◇美, EU와 경제공조 강화..러시아 조이기에 힘 실어
 
2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유럽에 천연가스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있어 미국과 EU 간의 협력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러시아가 현재 상황을 지속한다면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브뤼셀 EU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헤르만 판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회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등 유럽의 정책을 좌우하는 인사들 앞에서 에너지 문제를 끄집어낸 것이다.
 
에너지 수급 불안에 떠는 유럽 당국자들을 달래는 동시에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속도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는 유럽에너지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EU는 러시아 제재로 역풍을 맞을까 노심초사다.
 
그런데 미국과의 FTA로 관세가 사라져 에너지 수입가격이 내려가면 EU는 더이상 러시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는 미국과 EU의 경제적 실익과 에너지 안보 모두에 득이 되는 일이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에 가스 수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한 것도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수입처를 다각화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FTA를 체결하면 유럽지역으로의 가스 수출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동유럽 안보 위협..美 군사 지원 계획
 
서방이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러시아 때리기를 이어가는 이유는 동유럽 일대의 불안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국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를 손쉽게 점령하더니 이제는 우크라이나 본토와 흑해 인근의 동유럽국들의 안보마저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선에는 러시아 군대가 주둔 중이다. 이 병력은 지난달 말 군사훈련 명목으로 크림반도에 주둔했던 군대의 2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군사계획을 준비하는 한편 낙후된 군을 현대화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1000억 루블을 투입해 항만과 비행장 등 군사시설을 현대화하고 흑해함대 병력도 오는 2019년까지 현 1만2500명에서 4만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군사 훈련도 이어갈 방침이다. 러시아군 대변인은 오는 29일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2000km 떨어진 우랄 남부 오렌지부르크시베리아 서부 옴스크 지역에서 1만 병력이 참가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병력이 크림반도 항공기지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에 미국도 경제 제재와 더불어 군사 개입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을 지원하고 비상 장비 지원 등도 추가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크림사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미국과 러시아 중간에서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국인 폴란드와 2건의 기동훈련을 벌이고 다른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NATO 협력국인 몰도바와 합동 지상군 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국장은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공조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대치할 뜻은 없지만, 만약 도전해온다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쯤되자 언론들은 일제히 신냉전이 도래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USA투데이는 '새로운 냉전(A New cold war)'이라는 헤드라인을, 블룸버그는 '냉전 유령(Cold War Ghosts)', CNN은 '냉전 스타일의 갈등(Cold War-style Conflict)' 등의 표현을 쓰면서 러시아와 서방국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를 보도했다.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관전 포인트 ..中 변수·대선 과정
 
다만, 전문가들은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한다.
 
우선 러시아의 경제·군사력이 미국과 EU 등 서방을 상대할 만큼 강성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바마도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의 어떠한 충돌도 예상하고 있지 않다"며 "러시아는 인접국들을 위협하는 지역 강국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도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경제, 정치적 수단을 고려해 러시아에 영향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군사 대결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예산 부족' 또한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쌍둥이 적자와 재정절벽을 경험할 정도로 미국의 예산상태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일 만큼 여유롭지 않다.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와의 어떠한 무력 대립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양측간의 대립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증시와 채권 통화가치 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 S&P500지수는 이날 오바마의 발언이 나간 이후 0.70%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6%, 1.43% 내렸다. 주요 지표인 2월 내구재주문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같은 날 MSCI 아태평양 지수는 장 중 0.4% 내렸고 일본 토픽 지수는 1.3%나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러시아 또한 엄청난 금융불안을 경험 중이다. EPFR글로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러시아 증시와 채권에서 55억달러를 회수해갔다. 지난해 통틀어 61억달러가 유출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의 자금이 유출된 것이다.
 
앙거스 그루스키 화이트펀드매니지먼트 연구원은 "미국이 점점 더 강경한 태도로 나오고 있어 러시아와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라며 "그동안 시장은 불안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EU 각국과 러시아는 크림 악재로 인한 경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제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러시아는 중국이란 도피처로 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 대신 중국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면서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니 중국과 3500만파운드의 원유를 수년 동안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EU는 미국의 눈치가 보이겠지만, 러시아와 경제 ·군사 공조를 다시 맺을 수 있다. 러시아 없는 영국은 금융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프랑스는 군사, 독일은 수출 부문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의 공조로 얻는 실익이 불문명하거나 너무 적을 경우엔 러시아 제재 수위를 낮추자는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오는 5월25일 우크라이나 대선이 열리기 전까지 서방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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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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