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 당국이 GM의 차량결함을 조사할 수 있는 기회를 두차례나 날려버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함 은폐 의혹이 커짐에 따라 미 의회는 GM과 당국 모두에 지난 십년여 동안 점화장치 결함으로 인한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와 2일 상원 소위원회에서는 GM과 NHTSA(미 도로교통안전국)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 당국·GM, 계속되는 은폐의혹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의회 조사를 인용해 NHTSA가 GM 차량에 대해 제기된 민원에 대한 공식 조사를 두차례나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NHTSA의 결함평가부(DAD)가 지난 2007년 GM의 2003~2006년형 쉐보레 콜뱃과 세턴 아이언 모델에서 충돌사고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을 발견하고 공식 조사를 요청했으나 결함조사국(ODI)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3년 뒤인 지난 2010년 NHTSA 내부에서 쉐보레 콜벳의 에어백 결함 문제가 제기됐으나 역시 개별 사고간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내려지며 조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NHTSA는 "지난 2007년 여러 곳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했지만 당시 자료는 공식 조사를 할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M은 지난 2004년 11월 쉐보레 콜뱃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자들이 무릎과의 접촉으로 운전중 점화장치가 이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세공 비용과 부품 가격이 너무 높다"며 후속조치 없이 조사를 종료토록 했다.
지난 2002년에는 부품공급업체 델피에서 공급받은 점화장치 조절 스위치가 GM의 설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도 부품 공급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델피에서 공급받은 점화장치가 사용된 차량 260만대에 대해서는 현재 리콜이 진행중이다. 이후 GM과 델피는 2006~2007년 사이 점화장치 스위치를 몰래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버먼트 모터스' 봐주기?
일부에서는 GM이 지난 2009년부터 5년동안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은 '공기업'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파산위기에 몰린 GM은 정부로부터 5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며 '거버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미국 전역의 75개 선거구에 걸쳐 117개의 공장을 가지고 잇는 GM은 미 정치권에도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다.
메리 바라(사진)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당시에도 가장 앞줄에 앉아서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들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GM은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연방정부와 파산협약을 맺어 2009년 이전에 발생한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시 협약에 따르면 GM은 '올드GM'과 '뉴GM'으로 분할되며 2009년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올드GM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다만 GM이 심각한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고의로 결함을 은폐했을 경우 사기죄로 해당 협약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의회 청문회는 바라 CEO의 리더십을 검증하는 중요한 테스트이자 GM과 미 정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GM은 지난 28일 49만대의 차량을 추가로 리콜키로하면서 올 들어서만 480만대의 차량을 리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