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세계 대형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른바 '대마불사'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할 경우 경제적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에 주요 은행들이 정부로부터 암묵적으로 5900억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IMF는 31일(현지시간) 국제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대형 은행들의 로비 공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은행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막는 정책적 개혁 없이 새로운 금융위기가 찾아올 경우 수천억달러의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거대 보험사인 AIG그룹과 시티그룹, 베이스턴스 모건 등 대형 금융기관이 휘청였고 미국 정부는 세금으로 마련한 구제금융을 이들에게 퍼줄 수 밖에 없었다.
대형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한 정부지원이 이어지면 은행들은 위험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 부담 없이 은행에 저금리의 자금을 제공하게 된다. 결국 은행의 리스크 추구 성향이 커지면서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는 것.
IMF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2011~2012년 미국의 은행들은 150억~7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암묵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으나 실효성이 없었던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에서는 250억~1100억달러가, 영국에서는 200~1100억달러가 은행권에 투입됐으며 유로존에서도 900억~3000억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금융위기 당시 증가했던 은행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감소했다"며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확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런던에서 개최된 금융안정위원회(FSB) 직후 마크 카니 FSB 의장 겸 영란은행 총재는 오는 9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서밋에서 대마불사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연말까지는 은행권에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토록 해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