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비둘기 옐런이 돌아왔다. 2주 전 조기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매파적 성향을 보였던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
31일(현지시간) 옐런은 시카고에서 열린 한 경제 컨퍼런스에서 "이례적인 약속은 어느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부양책의 지속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자산 매입이 종료된 지 약 6개월 후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고용 회복이 최우선.."질적 개선은 아직"
옐런 의장이 지속적인 부양 의지를 강조한 것은 노동 시장의 질적 개선이 더디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그는 현재의 고용 상황에 대해 "시각에 따라 경기 침체기에 놓였던 그 어떤 때보다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업률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옐런 의장은 우선 "임금 상승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간 임금 상승률은 2%로 역대 평균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
그는 "낮은 임금 상승률은 연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햇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 실업자 수가 380만명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점, 무려 700만명이 정규직이 아닌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는 점 역시 노동 시장의 질적 회복이 요원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옐런은 또 "노동 참여인구 비율은 63%에 불과하다"며 "이는 여성이 사회 활동에서 소외됐던 1978년의 수준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 상태에 놓인 1050만명의 미국인들이 모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둘기 옐런 돌아왔다"..금융 시장 '들썩'
옐런의 온건적 태도에 금융 시장도 일제히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우리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부양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함과 동시에 "정책을 결정하는 내 동료들도 이에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자산 매입 종료나 금리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가 0.82%, S&P500 지수가 0.79% 오르는 등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1% 내외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하락한 0.42%로 지난주 기록한 6개월래 최저치에 근접했고,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워드 맥카시 제퍼리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옐런의 발언은 간접적인 부양책 지지발언 이었다"며 "자신이 했던 말을 직접적으로 반박할 수 없었기에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마스 코스테그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도 "이는 분명한 비둘기적 발언이고 확실한 옐런 스타일이었다"며 "우회적인 방법으로 양적완화 정책이 더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옐런이 시장을 달래기 위한 행동을 보인 것일 뿐 연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케리 폴카리 오닐 증권 이사는 "옐런은 불과 2주 전만해도 매파적 입장을 전했다"며 "이례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주식 시장에서 이를 바라고 있다는 점을 옐런이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날의 증시 상승도 옐런 효과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옐런의 발언 이전에도 S&P500 지수가 10포인트(0.5%) 이상 상승했고 5포인트 정도가 연준의 부양 기대감에 기댄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