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보수왕'은 최태원..'급여왕'은 박찬구

입력 : 2014-04-01 오후 6:35:37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유·화학 업계에서 보수 총액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은 성과금을 제외한 급여 부문에서 최 회장을 제치며 가장 높은 '급여왕'에 등극했다. 월급쟁이 최고경영자(CEO) 가운데서는 LG화학 대표이사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가까스로 제치고 연봉킹에 앉았다.   
 
◇보수 1위는 최태원 회장..급여 1위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지난해 정유사와 석유화학 업계를 통털어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인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다. 최 회장이 SK이노베이션(096770)의 대표이사로 받은 보수 총액은 112억원으로, SK㈜와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 계열사에서 받은 보수 301억원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101억3032만원을 수령해 2위를 차지했다. 허 회장의 보수는 14억2117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초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받은 퇴직급여 87억914만원이 더해져 보수 금액이 급증했다. 이어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42억4100만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26억12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3억3300만원) 등의 순이었다.
 
급여 기준으로는 24억1900만원을 받은 박찬구 회장이 1위에 올랐다. 이어 최태원 회장(23억9999만원), 신동빈 회장(23억3300만원), 허동수 회장(12억2827만원), 허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현 대표이사인 허진수 부회장(10억561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한화케미칼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려 놓고도 급여는 '0원'을 기록했다. 김 회장이 지난달 한화그룹 계열사의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급여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총수의 연봉이 천원 단위까지 낱낱이 공개되면서 보수 지급액을 둘러싼 논란 또한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보수 1위를 차지한 최태원 회장의 연봉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지난해 1월31일 구속 수감돼 경영전면에 나서기 힘들었던 최 회장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이 또한 챙기는 게 옳았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재작년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성과금이 지급돼 금액이 커 보이는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가 전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만 봐도 과도하게 지급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승연 회장 역시 보수 지급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총수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16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돼 지난달 대법원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김 회장이 지난달 계열사의 모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며 급여를 모두 반납했지만, 각 계열사로부터 2012년 구속 전까지의 성과급 총 131억2000만원은 그대로 챙겼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김 회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지난해 급여를 모두 자진 반납하게 된 것"이라며 이 점을 높이 사 줄 것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실적에 비해 보수가 높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5조1321억원, 134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은 427억원으로, 전년 1261억원 흑자에서 대규모로 적자 전환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당기순손실로 전환한 것은 해외공장들의 충당금을 쌓은 게 반영된 것"이라면서 "업황 침체에서도 국내사업 부문의 실적은 부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월급쟁이 대표이사 보수 1위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유화업체를 거느린 각 그룹 총수들이 연봉왕 자리를 독식했다면, '월급쟁이' 대표이사의 보수왕은 석유화학 업체들의 몫이었다. LG화학(051910) 대표이사들이 사실상 독식한 가운데,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간신히 이름을 올리는 구도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보수는 13억3000만원으로 13억1298만원이었던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이어 박영기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 본부장(12억1000만원),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 본부장(9억1000만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본부장과 권 본부장은 사장으로 직급이 동일한데도 보수 차가 3억원에 달했다. 두 사람의 급여는 8억4000만원으로 같았지만, 사업부 별로 지급되는 성과급 규모가 달랐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의 연봉을 뛰어넘는 임원도 있다. 김반석 LG화학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급여 9억6000만원, 상여금 4억원을 합쳐 총 13억6000만원을 받았다. 대표이사인 박 부회장보다 3000억원을 더 받았다.
 
◇직원 급여 '연봉킹' 은 S-Oil..GS칼텍스 남녀 임금격차 6345만원
 
정유업계 평균 급여 부문에서는 시장 2·3위 자리를 놓고 GS칼텍스와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S-Oil이 1위를 차지했다. 1인 평균 급여액이 1억원에 근접한 9460만원에 달하며 연봉킹에 등극했다. 이어 GS칼텍스(9106만원), 현대오일뱅크(8400만원), SK이노베이션(6714만원)의 순이었다.
 
S-Oil에서 1인 평균 급여액이 가장 높은 곳은 윤활유 부문으로, 남성 직원이 받는 1인 평균 급여액은 무려 1억254만원에 달했다. 1억222만원의 정유부문 남성 직원이 뒤를 이었다. 석유화학부문과 기타사업부문의 남성 평균 급여는 각각 1억원, 9384만원이었다.
 
반면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사업부문은 정유부문(5729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윤활유사업부문(5549만원), 기타사업부문(5412만원), 석유화학부문(4349만원)의 순이었다.
 
GS칼텍스 정유사업 부문의 남성 평균 급여액은 9695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9519만원을 받는 석유화학사업 부문이 뒤를 이었다. 이와 반대로 석유화학 부문의 여성 평균 급여액은 3174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같은 사업부(석유화학) 내에서도 남성과 여성 간 평균임금 격차는 무려 6345만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개별 사업부문의 평균 급여액을 따로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평균 급여액 7800만원 금호석화, '연봉왕'..남녀 임금 격차 뚜렷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1인 평균 급여액이 78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LG화학(7200만원), 한화케미칼(6778만원), 롯데케미칼(6700만원)의 순이었다.
 
특히 정유와 석유화학 가릴 것 없이 1인 평균 급여액에서 남성과 여성 노동자의 격차가 작게는 2배,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GS칼텍스에서 1인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정유사업 부문의 경우 남성이 9695만원을 받았지만, 같은 사업부의 여성은 4983만원을 수령하는 데 그쳤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남성 노동자 1인 평균 급여액은 8500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같은 사업부 여성 노동자는 절반 수준인 4600만원을 받았다.
 
이는 평균 근속연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결혼과 출산 등에 따라 경력이 단절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남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장치산업의 특성도 근속연수와 급여 격차를 벌린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급여 부문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은 동등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이 근속연수를 늘릴 수 있는 업무환경 마련에 대해서는 별 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치산업은 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은 탓에 그간 채용된 인력의 수가 극히 적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이공계 출신의 여성 입사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는 앞으로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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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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