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일본 가네보 화장품 집단 소송이 국내까지 번질 조짐이다.
3일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멜라닌을 억제하는 미백성분이 들어간 가네보 화장품 사용으로 백반증 피해를 입은 14명은 1인당 500만엔(약 51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위자료 외에 치료비 등도 요구하고 있어 최종 청구액은 1인당 최소 약 3억원에서 최대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과 보상금 문제를 두고 이견이 커지면서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국내 피해 소비자들 역시 가네보코리아측과 보상금과 치료비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집단소송에 나서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백반증 피해자들이 만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집단소송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3일 '가네보 국내 피해자들의 모임' 블로그에 올라온 글. (사진=네이버 블로그 화면 캡처)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본과 달리, 가네보코리아 측이 피해자들에 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비밀유지를 유구하고 있어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 보상 합의서에 '제3자에게 누설 금지' 라는 항목까지 포함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
피해자 A씨는 "400만원 가량 위자료를 받고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된 합의서에 이미 싸인을 한 상태라 불이익이 있을까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꺼려진다"며 "하지만 백반증은 100%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평생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반증은 발병 이후 2~3년이 지나서 증상이 더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회사 측의 보상이나 치료비 지원에 대한 확실한 약속은 반드시 받아내야 할 것 같다"며 "개인이 혼자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힘든만큼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사측과 합의를 마친 피해자들도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자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치료와 일상적인 사회생활의 지장을 겪고 있는 증상이 심한 피해자들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집간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백반증을 치료하고 있지만 크게 호전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 강도만 높아지다 보니 피부노화가 진행되면서 주름이 심하게 생겼다"며 "부작용이 생기면서 치료 포기 상태까지 갈 정도로 절망적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날씨가 더워졌는데도 목 부분에 증상이 심해 아직도 목폴라를 입고 다닐 정도"라며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증상이 심했을 당시 몇 달간 일도 하지 못해 생업에까지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피해자의 경우 생업지장 기간 동안 발생한 피해보상 금액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회사로부터 거절을 당하면서 일 년 가까이 보상금액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조만간 집단소송이 불가할 경우 개인 소송이라도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가네보코리아 측은 여전히 구체적인 국내 피해자 집계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합의금 산정 기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합의서에 제시된 비밀 유지 조항에 대해서 만큼은 사실을 인정했다.
가네보코리아 관계자는 "백반증 피해자 수를 정확히 공개하기는 힘들다"며 "피해자들 중 반 정도는 이미 합의가 끝난 상태고 절반 정도는 아직도 협상을 진행 중에 있는 상태"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등을 면밀히 고려해 최대한 배려하는 선에서 협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현지에서는 지난 2월말 까지 약1만5000명이 피해를 입은것으로 집계됐으며, 16개 지역에서 피해 대책 변호인단을 출범시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