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대형마트 PB상품 확대에..문구업계 "죽을 맛"

입력 : 2014-04-04 오전 11:28:47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문구업계가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로 수요층인 아동인구 자체가 줄어든 데다 대형마트의 자체상품(PB)이 늘면서 매출을 옥죄고 있다.
 
이에 빅3 업체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등 분위기 전환에 애쓰고 있지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토로다.
 
모나미(005360)는 문구류 외에도 컴퓨터 소모품, 의료기기 용품을 판매하며 사업 영역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6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6.2%나 급락하며,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영업손실은 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바른손(018700)의 문구 부문은 지난해 3개 분기 동안 1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급기야 수익성이 낮은 문구사업을 물적 분할해 비상장사 '팬시앤아트'로 이전했고, 사업목적 주축을 외식과 영화사업으로 변경했다.  
 
모닝글로리도 우산, 양말, 실내화, 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지난 2012년 447억원, 지난해 452억원의 매출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업계는 실적 악화 원인 중 하나로 저출산을 꼽았다. 통계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수)이 지난 2012년 1.3명보다 떨어진 1.19명이라고 발표했다.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인 '초저출산국' 상태가 13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PB 상품 증가도 문구 시장을 움츠러들게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문구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절반인 2500억원 정도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원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해까지 대형마트의 문구 제품은 할인해 판매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부터는 PB 상품이 증가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 묶음에서 낱개 판매로 전환하며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와 전산화 등으로 문구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도 시장 위축의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시장점유율 1위인 모나미의 제품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2010년 문구 부문 매출은 1443억원이었지만, 점차 규모가 축소돼 지난해에는 1148억원으로까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실에서의 전산화, 학생의 필기구 사용 감소 등으로 문구 시장 규모가 줄고 있다"며 "출산율 저하, 트렌드 변화를 타개할 만한 해결책이 딱히 없어 기존대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소상공인도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 마포구 S초등학교 앞 문구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한 반의 인원이 10명씩 줄어 문구점을 이용하는 학생이 급격히 감소했다"며 "대형마트에서 한꺼번에 구매하니 문구점에서 준비물을 사는 아이들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0년째 문구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도 "대기업에서 이것저것 싸게 만드니까 우리처럼 작은 규모의 상인들은 당해낼 도리가 없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생활용품과 완구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출산율 저하, 스마트기기의 확산 등은 단기간에 바뀔 수 없는 트렌드"라며 "규제가 가능한 대형마트 PB 상품 축소 등을 위해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문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생계 위험에 노출된 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문구제품 중 30%를 차지하는 PB 상품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월28일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 이에 따라 롯데마트는 초등학생용 공책과 크레파스 등 10개 문구류를 재고 소진 후부터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반면 이마트(139480)는 아직 PB 상품과 관련해 계획을 변경할 예정이 없고, 현재대로 판매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명백한 대조를 보였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문구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해 중소기업연구원, 시장경제연구원과 함께 실태조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실태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음달 중 조정협의체를 꾸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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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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