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러시아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불경기가 2분기(4~6월)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HSBC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직전월의 50.2에서 47.8로 하락해 위축세로 전환됐다.
서비스업의 경기 기대지수는 2008년 말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고,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1분기(1~3월) 복합 PMI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알렉산더 모로조프 HSBC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러시아의 기술적 침체가 2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가 성장 모멘텀을 회복해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경제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침체(technical recession)란 분기 기준으로 경기가 2분기 연속 위축되는 것을 뜻한다.
지난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를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지난해 전체로 보면 성장률은 2009년 이후 최저치인 1.3%에 그쳤다.
◇러시아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지난달 크림차지공화국을 합병하면서 러시아는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고, 뒤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제재가 시행되면서 자본유출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더해 루블화의 가치가 올해 들어 11% 급락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중앙은행은 통화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임시적으로 기존 5.5%에서 7%로 상향 조정한 바 있으며,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중앙은행 총재는 "올해 6월 통화정책회의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또 향후 12개월 내 침체 가능성은 45%로 점쳤다. 다만 정작 러시아 당국은 1.5~1.8%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안드레이 클레파츠 경제부 장관은 "러시아가 기술적 침체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 경제가 부진하긴 하지만 '위기'에 놓여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티모시 애쉬 스탠다드뱅크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의 긴장감이 단기간에 해소될 것이란 증거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