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의료계 내분이 악화일로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과 시도 의시회를 주축으로 하는 대의원회가 정면으로 충돌한 가운데, 노 회장에 대한 비리의혹 제기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배포돼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의사회는 지난해 의협과 메디얼이 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 메디얼의 대표이사가 노 회장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의협의 중국 관련 사업의 독점권을 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노 회장을 코너로 몰아넣었다.
◇지난달 20일 2차 총파업 돌입 여부에 대한 회원 투표 결과가 있던 당시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경화 기자)
민주의사회는 최근 ‘노환규 회장은 메디얼 MOU 건 책임지고 즉시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3월 계약 체결을 준비한 회사인 엔터스 파트너의 대표이사가 5월에 메디얼이라는 신규 회사를 만들어 의협과 MOU를 맺고 곧이어 8월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의료인 해외진출 사업을 영위하는 메디얼과 엔터스 파트너의 대표이사가 동일인물로 노환규 회장과 과거부터 함께 사업을 했던 동업자라는 점에서 노 회장이 고의로 특혜를 주려 했다는 것게 민주의사회의 주장이다.
민주의사회는 “지난달 20일 상임이사회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부도덕하다고 비판하자 노 회장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발언, 일부 상임이사들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초래했음에도 계약 체결을 강행한 노회장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경만호 의협 전 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등 도덕적으로 문제 삼았던 현 노환규 회장 역시 부도덕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회장 불신임의 중대한 사유”라고 주장했다.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 같은 의혹을 문제 삼아 의협 감사단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감사단은 조사를 통해 “2013년 8월21일 의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메디얼 대표는 노 회장의 지인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상하이 캉청 병원관리컨설팅기업과 장인신화그룹간 체결된 ‘중국협력사업자 MOU’는 메디얼 업무협약과 별개의 건”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계약은 공모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두 회사는 해당 건에 대한 제안서를 협회에 보낸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감사보고서를 대의원 운영위에 보고해 의결 받았다.
민주의사회는 나아가 “두 건의 MOU 체결 이후 절차 위반이나 특혜 시비 등의 논란이 지속되자 상임이사회가 관련 업무를 중단키로 결정했으나 아직까지 의협이 MOU 해지를 공식 통보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의사회는 노 회장에 대해 “이 사건에 대한 전모를 소상하게 밝히고 진솔한 사과와 더불어 자진사퇴하기를 경고한다”며 “또한 대의원회는 이 사건을 다룬 지난해 가을의 감사자료를 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노 회장은 이에 대해 “국내 의사들을 해외에 송출하는 사업은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고통받는 의사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그럼에도 일부 악의적인 의사회원들의 음해성 주장으로 인해 의사협회에서 이런 사업의 공동추진을 중단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반론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10일 의료계 총파업에 참여한 의료기관 4417곳을 대상으로 업무정지 사전처분 통지서 발송을 골자로 한 업무지침을 조만간 해당 지자체에 전달키로 할 예정이다.
노 회장은 이와 관련해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10 투쟁을 지휘함으로 인해 현행법을 위반한 의사협회장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투쟁으로 인해 일반 회원 중 단 한 명의 회원이라도 15일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면, 광화문 한복판에서 할복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