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일단락된 듯 보였던 의료계 파업이 재추진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는 내분으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준비 안 된 막무가내식 파업은 여론의 비난 등 자칫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 10일 동네의원 대부분이 정상진료에 들어갔다.(사진=뉴스토마토)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진료 관련해 선(先)시범사업 후(後)입법화에 합의한 의정 협의안을 깨고 기존 원안을 수정 없이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며 약속 불이행으로 규정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대의원 임시총회에서 총파업 재추진 안건을 상정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대의원회의가 이를 거부하면서 주춤했던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노 회장은 28일 정오부터 29일까지 자체 회원 투표를 거쳐 안건 상정을 재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도 걸었다. 노 회장은 이날 "대의원 의장이 줄곧 대정부 투쟁을 반대해 왔기 때문에 이를 끝내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경우를 위해 전체 회원투표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도의사회 집행부를 중심으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노 회장 단독의 의미 없는 투표일 뿐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양측 편에 서지 않았던 비교적 중립 성향의 의사들도 이번에는 노 회장의 잘못으로 사태를 판단하는 기류다.
노 회장이 의료계 내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2차 의정협의 결과를 파기하고 총파업 투쟁을 재개하는 데 따른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노 회장이 그간 강한 투쟁력을 통해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세력 대결로 보는 시선도 짙다.
홍종문 충청북도의사회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회원들은 1·2차 의정 협상안에 대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원격진료 6개월 시범사업 도입을 합의한 것은 오히려 1차보다 못한 협상”이라며 “노 회장이 확실하게 정부와 합의한다고 해놓고는 약속을 어겼으니 당장 파업에 돌입한다고 어거지를 쓰고 있어 회원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곤혹이다”고 꼬집었다.
홍 회장은 “회원들이 지난번 2차 협상안이 좋아서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반대를 하자니 준비 안 된 파업으로 다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마지못해 받아들였다”며 “또 다시 당장 파업을 외치고 있는 것은 노 회장 본인의 면피용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도회장들은 전체 회원들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확실히 준비해서 제대로 투쟁하자는 것”이라며 “노 회장은 16개 시도의사회를 단합시키는데 주력하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 의협 회장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서두르지 말고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6·4 지방선거와 맞물려 5월 전에만 크게 한다면 그 영향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노 회장은 돌아선 회원들의 마음을 돌릴 궁리를 해야 한다. 독단적인 행동으로 자기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선 인천시의사회 회장도 “원격진료는 국민건강과 직결되고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애초에 6개월 시범사업을 거치기로 한 것 자체가 잘못돼 꼬인 것이다. 파업은 조급하게 처리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총파업한 것도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개원의는 “당장 환자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준비 없이 파업에 돌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절대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