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평소 취재원으로부터 언론에 나오는 IT회사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는 회사, 즉 히든챔피언들이 많으니 이들을 적극 조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간 <히든챔피언>은 전자상거래 IT인프라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코리아센터닷컴(이하 코센)'에 대한 책이다.
코센은 쇼핑몰 종합솔루션 '메이크샵'과 해외 배송대행 전문서비스 '몰테일'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의 탄탄한 실적을 낸 알짜기업이다.
이 책이 주는 가치는 에필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 어렵지만 착실하게 사업을 운영한 15년 벤처회사가 창업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대중은 IT 성공기업을 보면서 환상을 품곤 한다. "명문대를 졸업한 공부벌레 개발자가 미친 척 창업을 했고 순식간에 부자가 됐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특히 코센이 그렇다.
우선 창업자인 김기록 대표부터 '엘리트'라는 단어와 연결점이 별로 없다. IT대기업 출신도, 서울대-KAIST 라인도, 천재개발자도 아니다. 그저 카드사를 다니며 막연히 창업을 꿈꿨던 젊은이에 불과했다. 그나마 무기가 있다면 성실함과 친화력, 배짱 뿐이었다.
그만큼 창업과정은 고되고 괴로웠다고 한다. 워낙 가진 게 없어 소규모 향수쇼핑몰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고, 동업자는 아내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회사를 나갔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면 돈문제가 시시각각 머리를 옥죄였으며, 신사업 실패의 고통만 수십번을 맛봤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제품이 존재했을까? 그것도 아니다. 현재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은 쇼핑몰 구축 솔루션은 이미 선점자가 존재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졌다. 결국 고객만족 하나에 매진하며 우직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남들이 보고서를 만들 때 한번이라도 더 움직인다는 실행력으로 맞섰다.
본문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해외사업도 체계적인 시장조사나 선도적인 사업전략이 아닌 실패를 감수한 악바리 벤처정신에 의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히든챔피언은 '평범한 회사'가 어떻게 '평범한 성공'을 이뤘는지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 코센 직원이자 이슈 큐레이션 웹진 <ㅍㅍㅅㅅ>의 발행인, 이승환 대표다. 그의 특유 유머 및 풍자코드는 책 곳곳에 살아있으며, 가능한 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여러 사람이 편을 먹고 몬스터를 죽이는 게임'이라 표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최근 제 2의 벤처품이 일면서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네이버와 넥슨과 같은 IT업계 최정상회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15년 강소기업의 성공기를 흥미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도 꽤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