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취소'판결 가락시영..하루사이 '불안불안'

"사업 추진 문제 없어" vs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입력 : 2014-04-07 오후 5:20:28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이제 와서 팔 수도 없고 그냥 빨리만 했으면 좋겠어요. 주택형 신청하지 않은 채로 또 기다려야 하는 건지 걱정입니다." (가락시영 조합원 A씨)
 
"대법원 판결이 지난 사업시행인가에 관한 내용이라는 조합의 설명을 들어도 찜찜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가락시영 조합원 B씨)
 
"휴일에도 투자자들의 근심섞인 문의가 있었습니다. 조합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얘기는 하지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가락시영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지난 2008년에 득한 사업시행인가가 대법원에 의해 취소 판결을 받으며 사업 지연이 불가해 졌기 때문이다.
 
7일 찾은 가락시영 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시장 호황기와는 다른 의미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중개업소 직원들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를 상대해야 했고, 드문 드문 방문 상담도 이어졌다.
 
현재 가락시영 아파트는 지난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분담금 내역이 공개된 이후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1차 전용면적 51.4㎡는 한달 전 대비 3000만원 떨어진 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고, 2차 역시 면적별로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내렸다.
 
조합 측이 제시한 추가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600만원일 때  1970가구로 규모가 가장큰 1차 전용면적 45.1㎡와 2차 39.6㎡ 조합원이 전용면적 84㎡짜리를 신청했다면 추가로 내야할 금액이 최소 1억3939만원에서 최대 2억5806만원으로 1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전용 59㎡를 신청하더라도 최고 71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간혹 매수 문의가 있어도 선뜻 매수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며 "주택형 신청 상담은 많이 이루어졌는데 상담을 받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가락시영 시세를 보면서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보다는 거의 조합원들 위주로 주택형 신청에 대한 상담 내지는 향후 거래하기 유리한 주택형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그동안 추가분담금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라 거래가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가락시영 아파트는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9510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에 있으며, 지난 2003년 조합 설립 이후 10년째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각종 소송에 휘말리며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가락시영아파트 사업시행계획결의 무효 확인소송 연혁 (자료=각 공인중개업소)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오는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연말께 분양을 하려던 조합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6일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윤모씨 등 3명이 가락시영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사업시행계획 승인결의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4년 주민 83.35%의 동의를 얻고 재건축을 결의한 조합은 2007년 총회에서 면적과 가구수 등 일부를 변경한 사업시행계획을 새로 만들어 57.22%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를 근거로 조합원 윤씨 등이 새 결의안에 대해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증가한 반면 분양 면적과 무상 지분은 크게 감소했다며 정관변경에 준하는 규정(조합원 3분의 2이상 동의)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윤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결의에 흠이 명백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무효'가 아닌 '취소' 판결을 내렸다.
 
조합측은 이미 새로운 내용으로 새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사업 진행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지난 2008년 사업시행인가에 대한 판결로서 최종 결정된 것도 아니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분양신청 및 주택형변경신청은 올해 초 득한 사업시행인가에 따른 조치"라며 "지난해 7월 15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었고 거의 90%의 동의를 얻어 사업시행변경인가 신청 후 인가까지 얻은 상황에서 과거의 논쟁을 현 시점에 논의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원 일부는 가장 최근에 받은 3종 사업시행인가 계획까지도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조합 임원을 해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임원 해임총회 관계자는 "이번에 받은 사업시행변경인가 역시 2008년 사업시행인가를 기초로 변경인가를 받은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잘못된 사업추진과 선 이주 때문에 생긴 금융비용만 약 40억~50억원에 달하고 관리처분인가계획이 언제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의 부담만 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역시 사업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사업 추진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이주까지 마친 대규모 사업장인지라 재건축이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렇게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으며 소송이 계속될 경우 사업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천석 오메가리얼티 소장도 "재건축 사업은 금융상품처럼 생각하면 된다"며 "수익이 나는 곳에 투자도 몰리고 사업 추진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가락시영은 위치도 좋고 해서 그동안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락시영아파트에 걸린 사업시행인가 계획 취소 플래카드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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