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및 해운업계의 3월 동반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두 업계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조선업계는 노사 간의 임금동결·반납 등의 자구안을 마련 중이며 해운업계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5일 이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체들의 지난 2월까지 선박 수주량이 전무한 수준이다. 또 선박 수주를 의뢰하는 해운사들의 경우 시황 급락으로 해상에 대기 중인 컨터이너선박 비율이 전체 선대의 10%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 등 주요 조선업체들이 대형 선박 발주량은 전무한 상태다.
조선업계 1∼2월 선박 발주량은 단 한 척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6억8000만달러 규모의 LNG-FPSO 선박 1척을 수주한 것이 전부다.
이뿐만 아니라 해운업계의 경우 해운시황 급락으로 운항을 중단하고 해상에서 대기하는 컨테이너선박 수가 세계 전체 선대의 10%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곡물과 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6개월 만에 1만에서 600 선으로 추락했으며 유조선운임지수와 컨테이너용선지수 또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해운시황의 올해 전망이 1930년대 대공황 당시보다 더 비관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대로 올해 전 세계 수출입 물동량이 3.1% 감소한다면 1930년대 초반보다 더 큰 규모로 선박 공급이 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감이 엄습하자 조선업체들은 노사 간 공동협력을 통한 대비책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을 하지 않고 사측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 회사 최고경영자들은 경영정상화까지 월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STX그룹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연초 전 임원의 올해 급여 10%를 자진반납키로 했으며 대표이사 이상 사장단은 20%를 반납했다. STX에너지·STX엔진(용인)·STX엔파코·STX팬오션 등 주요 계열사들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정부는 금융회사와 일반 투자자가 참여하는 선박투자펀드를 조성, 선박을 사들이는 등 구조조정을 지원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으로 여전히 3년치 일감이 쌓여 있지만 최근 갑작스러운 경기 악화로 수주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위기감이 점차 확산돼 선행적 대비 차원에 자구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그래픽 용어설명/벌크선운임지수(BDI)=철광석·석탄·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 시황을 나타낸다.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배 유형별 벌크화물 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했다. 1985년 1월 4일을 기준시점(지수=1000)으로 삼아 1999년부터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