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주요 소비재의 가격 안정을 위해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수입품 개방도 늘어났지만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격차가 크고, 외국보다 판매가격이 높은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병행수입과 해외 직구 활성화를 위한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병행수입은 국내에서 독점적인 판매권을 가진 업체 외의 수입업자가 해외매장이나 제 3국 등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수입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수입·판매하는 방식이지만 가짜(위조)상품에 대한 우려가 크고 애프터서비스(A/S)가 어렵다는 등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통관인증업체 선정기준을 완화해서 병행수입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통관표지(QR코드) 발행을 확대해 수입물품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현재 최근 2년내 매년 1회 이상의 병행수입 통관실적이 있는 경우에만 통관인증업체로 선정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초병행수입 후 6개월만 지나면 통관인증업체 선정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선정기준에 미달됐던 40여개 업체를 포함해 1년 내에 약 100여개 업체가 병행수입 인증업체가 될 전망이다.
위조상품 판매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관세청이 주기적으로 통관인증업체 심사와 물품검수를 실시하고 위조상품이 발견될 경우 인증 지정을 즉시 취소하고 환불 및 손해배상권고도 신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민간에서도 병행수입협회 차원의 상품 진위여부 판정기준을 마련하고 지역별로 공동 A/S를 제공하는 등 자율검증 및 서비스 제공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직구도 보다 빠르고 편리해진다.
통관절차가 간소화된 소액 목록통관 대상이 현재 6개 항목에서 모든 소비재로 확대된다.
100달러 이하(한미FTA 협정물품은 200달러 이하)의 해외 직구 품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을 목록통관으로 간소화한다. 이에 따라 통관기간이 최대 3일에서 하루로 단축되고 건당 4000원 수준인 관세사 수수료도 면제된다.
특히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했던 특별통관업체 지정을 폐지하고, 세관장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목록통관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다만 100달러 이하의 물품이라 하더라도 국민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식품·의약품은 목록통관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물품을 반품할 경우 까다로웠던 관세환급 절차도 개선된다.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구매한 물품을 반품하기 위해서는 수출신고를 해야만 구매시에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데 개인이 수출신고를 하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증빙서류를 갖추고 관세사를 통해서만 수출신고가 가능한 구조인데, 앞으로는 소비자 개인이 직접 반품을 위해 수출신고를 하고 관세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관세청 통관포털인 유니패스(UNIPASS)에서 직접 신고할 수 있으며 개인의 신고작성을 쉽게 하기 위해 신고메뉴얼도 보완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매나 배송대행업체 홈페이지에 예상되는 세금을 조회할 수 있도록 세액조회시스템을 연계해 구매단계에서부터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수입가격 공개대상에 소비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10개 공산품과 가공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종전 60개 품목에 더해 생수, 가공치즈, 와인, 유모차, 전기면도기, 진공청소기, 전기다리미, 승용차타이어, 립스틱, 등산화 등의 가격이 품목별로 최고와 최저수입가격의 형식으로 공개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병행수입과 해외직구 등 대안적 수입경로를 활성화해서 10%~20% 내외의 수입 소비재 가격 인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