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김민성기자]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장을 긴급소집해 '상주 검사역'제도 도입과 '경영진 문책' 등을 내걸고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은행권 전반으로 퍼져나간 금융사고에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15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0개 주요 은행장들을 소집해 이같은 검사·제재 방향을 밝히고 "중대 금융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금융사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원장은 “정보유출 등 금융사고를 은폐하거나 늑장 보고하는 등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기만행위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대형 금융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 '상주검사역' 제도 도입이 검토된다.
상주 검사역는 금감원 검사역을 직접 은행에 배치하고 조기에 부실위험이나 위반사례를 찾아내기 위해 수시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 10명 규모가 해당 감독청에서 파견되 상주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면적이 작아 상대적으로 지속적인 검사가 가능하지만 상주검사역 제도 도입이 검토되는 이유는 연이은 대형 금융사고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시중은행장과 긴급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금감원은 기존 감독 방식이 시장환경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검사 및 제재 혁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불시 현장검사 등 기동검사 체제를 가동해 금융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고 경영유의, 개선사항 등 모든 검사 결과를 공개해 시장규율을 확립할 방침이다.
금감원 자체 내에 대한 검사 방향 개선 방향 뿐 아니라 은행권에 대한 강한 요구도 이어졌다.
임직원 모두가 내부통제가 관심을 갖도록 은행장이 직접 내부통제 점검회의를 주도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해외점포 부당대출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해외점포의 대출전결권을 조정하고 취급여신에 대한 본점 차원의 사후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금감원도 현지 감독당국과 공조를 통해 해외점포 관리실태를 중점 점검키로 했다.
최 원장의 모두발언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은행장들은 "일련의 금융사고 인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내부통제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상시감시를 강화 하는 등 재발방지에 역점을 두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한 은행장은 "일반인 회의라기 보다는 질책하는 경고성 메시지가 강했다"며 "회의시간은 짧았지만 굉장히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걱정이 크다"며 "당국과 은행장 모두 유사사고 발생시 엄중히 책임을 다하겠다고 여러번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장도 "관리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지점장과 본부장의 연대책임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