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축소..김승연 회장 복귀 수순

입력 : 2014-04-15 오후 7:37:23
◇한화그룹 장교동 사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 부회장은 지난해 출범한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제조 부문을 담당한 그룹 내 핵심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 연착륙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계자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세대교체 작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화케미칼(009830)은 15일 홍기준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방한홍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홍 부회장은 지난 197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해 한화에너지, 한화종합에너지, 한화석유화학을 거쳐 2009년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사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제조부문의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홍 부회장의 후퇴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가 비상경영위원회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금융·제조·서비스 등 3개 부문을 주축으로 만든 협의체다.
 
출범 당시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이 위원장과 금융부문을 겸직하고, 제조 부문은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서비스 부문은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현 부회장)이 책임졌다. 또 최금암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실무총괄위원을 담당했다. 김 회장을 대신해 대규모 투자, 신규사업 계획 수립, 임원인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그러나 홍 부회장의 사임으로 비상경영위원회는 출범 1년이 채 안 돼 역할 축소론이 대두되는 처지로 내몰렸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서 총수의 공백에 대한 경영부담에서는 벗어난 상태다. 비상경영위원회 장기화에 대한 피로가 깊어진 가운데 유지의 필요성마저 떨어졌다.
 
다만 김 회장이 현재 신병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당분간 급격한 변동 없이 김연배 위원장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총괄은 계속해서 최금암 실장이 맡는다.  
 
재계에서는 이번 체제 개편을 두고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경영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세대교체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김동관 실장은 한화케미칼의 방한홍 대표이사와 호흡이 잘 맞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홍 부회장이 석유화학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탓에 그의 용퇴를 두고 거듭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김승연 회장의 복귀와 다음 수순인 김동관 실장의 체제 안착 등을 고려해 비경위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직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이은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등에 대한 책임도 뒤따랐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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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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