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자녀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진도=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18일 새벽 1시30분경 조용하던 체육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신을 실은 응급차가 체육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행여나 우리 아이일까 하는 심정으로 체육관 밖에 대기한 응급차로 향했다.
팽목항에서 시신을 먼저 확인한 한 실종자의 친척이 자신의 조카라고 판단, 체육관에 있는 다른 가족에게 시신을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해 목포한국병원으로 이동 중이던 응급차를 급히 체육관으로 돌렸다.
하지만 다른 가족의 자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한 실종자 가족은 "체육관에만 있어서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상황이 악화되자 대책반과 논의 중인 다른 실종자 가족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실종자 가족은 "정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에게 알려준다고 했다"며 "그러니 정부를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의 한 정부 관계자 역시 "발견되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성인의 경우 지문을 채취하고 학생이면 출석부의 사진 등과 대조해 신원을 파악한 후 가족에게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계바늘이 새벽 3시를 향하는 늦은 새벽에도 체육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의 절반 이상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채 허공을 응시하는가 하면 누워있다가도 흐느꼈다. 자다가 일어나 갑자기 울었기도 했다. 한 명이 울기 시작하면 주변 가족들이 이를 위로하면서 함께 울었다.
링겔을 맞으면서 체육관 안을 배회하는가 하면 정면에 설치된 대형 TV를 통해 새로운 뉴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힘을 주기 위해 체육관에 모인 군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 역시 비통한 표정으로 같은 공간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