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취업준비생 A씨가 매주 금요일마다 찾는 곳은 한국은행 별관건
물 8층에 위치한 대강당이다. A씨는 이곳에서 현장의 전문가를 통해 생생한 경제 지식을 쌓고 있다. 통화정책, 경제전망, 금융안정 등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의 주제를 기본지식 뿐 아니라 관련정책까지 아우르는 깊이있는 '무료' 교육을 받고있다.
18일에도 A씨가 어김없이 찾은 한은금요강좌에는 A씨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8일 열린 제536회 한은금요강좌(사진=김하늬기자)
이날 주제는 '금융 IT시스템의 이해'로 윤재호 한은 금융결제국 과장이 강단에 섰다. 이날 강연은 563번째 열리는 수업으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됐다.
윤재호 과장은 지급결제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주는 금융의 하부구조 '지급결제제도'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조금 낯설고 어려운 이번 강의 주제에 집중하며 다양한 질의와 응답을 통해 지식을 채워갔다.
윤재호 과장은 "대학생들이 시험기간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왔다"며 "우리가 쓰는 다양한 결제수단 뒤에는 수많은 은행과 시스템이 얽혀 있다는 것을 수강생들이 이해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금요강좌'는 무료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듣기위해 일반인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반에 수강신청을 해야한다. 인기 있는 강의는 10분도 안돼 370명 정원을 꽉 채워 조기 마감되기 일쑤다.
'한은금요강좌'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지난 1995년 5월 '한국은행 경제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됐다.
경제교실은 한국은행을 홍보하기 위해 매달 1번씩 열렸는데 2004년에는 월 2회로 확대됐다. 이후 2005년부터 '한은금요강좌'로 개편돼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005년에 1년동안 2000여명이 참석했는데 지난해에는 연 1만여명이 수업을 듣고있다"며 "학생,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일반인 370여명이 매주 강의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일반인들의 참여 의지를 높이고, 유인책 마련을 위해 매주 수강자에게 '수료증'을 주고 있다. 한은금요강좌를 25회 수강하면 '경제 기본과정', 50회 수강하면 '경제 전문과정' 수료증이 발급된다.
50회를 수강하면 1년 정도 강의를 들었다고 볼 수 있어 기본 경제지식을 함양했다고 인정해주는 셈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경제전문과정 수료자는 150명, 경제기본과정 수료자는 1000명정도로 집계됐다.
최근 카드정보유출사태 등 국내의 각종 금융사고와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불안같은 세계경제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경제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은은 국민들이 스스로 경제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경제서적을 탐독하고, 경제신문만 읽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교육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대학생 B씨는 "강사 대부분이 경제업무에 정통한 내외부 전문가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수업보다 현장감이 더 있어 질적으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C씨는 "금요일에 아내에게 가게를 맡기고 꼭 참석하고 있다"며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수업 듣고 난 후부터 신문 경제면을 이해하는 폭이 깊어졌다"고 수강소감을 밝혔다.
한은은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을 위해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강의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튜브(youtube.com/thebankofkoreakr) 공식 채널도 개설해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다. 경제교육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리와 일반인을 위한 교육시간 문제 등이다.
'금요강좌'의 400여석 강의 자리가 10분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경제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은의 금요강좌가 역사가 꽤 깊어 일반인들의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며 "시중 금융기관에서 재테크 등의 강의는 많이 있지만 경제 전반을 깊게 설명해 경제금융 지식을 넓히는 수준의 교육을 위한 자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직장인들이 오기 어려운 시간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금요강좌의 대부분이 학생과 취업준비생"이라며 "일반인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주제에 대한 고민과 시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