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삼성 이상민 감독 "선수들 장점 살리는 농구할 것"

입력 : 2014-04-19 오후 1:10:51
◇18일 경기도 용인 삼성휴먼센터에서 인터뷰 하고 있는 삼성의 이상민 감독. (사진=임정혁 기자)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1990년대 '오빠 부대'의 핵심 이상민(42) '선수'가 감독으로 새 출발한다.
 
서울 삼성은 지난 13일 "이상민(42) 코치를 신임 감독에 선임한다"면서 "그는 정상의 가치와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18일 경기도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만난 이상민 감독은 "얼떨떨하지만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겠다"고 자신의 농구를 설명했다.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는 "농구인"을 강조하며 심도 있는 답변을 내놨다.
 
다음은 이상민 감독과 일문일답.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가끔 미팅을 하고 있고 보시다시피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치진 구성은 다음 주쯤이면 나올 듯하다. 계속되는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게 가장 크다. 다른 팀 분들은 나보고 왜 이렇게 움직이지도 않고 한가하냐고 한다.
 
-팀 기틀은 어느 정도 잡았나?
 
▲운동 방향이나 훈련 스케쥴 등 전체적인 틀만 잡았다. 28일에 선수들이 다 모인다. 간단하게 상견례하고 내부에서 얘기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감독직을 맡았을 때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
 
▲김동광 감독님하고 제일 먼저 얘기했다.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처음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앞으로는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 아직 제 생각엔 이른 감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이 짧기 때문이다. 2년 코치직을 하면서 배웠지만 부족한 면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하려 한다. 부모님은 참 많이 좋아하시더라.
 
-어떤 농구를 펼칠 예정인가?
 
▲현역 때 빠른 농구를 했다. 그걸 배제할 수 없다. 주위에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신다. 공격적으로 하려고 생각한다. 90년대에는 재미있는 플레이가 많았다. 선수 구성을 한 다음에 밑그림을 크게 잡을 생각이다.
 
-FA(자유계약)영입이나 구체적인 선수단 계획은?
 
▲선수 보강이나 영입은 구단과 상의 중이다. 개인적인 욕심은 어디 한두 명뿐이겠나. 올해 FA 선수들이 다 좋다. 다 조율 중이다. 5월15일까지는 영입을 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보려 한다.
 
-기존 삼성 선수들 중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개인적으로 임동섭과 박재현 선수 등을 조금씩 끌어올리려 한다. 제 생각에 둘은 대학 때보다 프로에서 미흡했다고 본다. 자신감을 우선 키워주려 한다.
 
-김승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김승현은 어차피 FA가 된다. 지금은 휴가 기간이다. 조만간 만나서 본인 의사를 물어보려 한다. 선수 구성상 필요하면 데려가겠다. 이적 기회를 달라고 하면 풀어줄 용의도 있다. 충분히 배려하려 한다. 같은 농구인으로서 같이 지냈기 때문에 의사를 반영할 것이다.
 
◇서울 삼성 지휘봉을 잡고 새 시즌을 구상하고 있는 이상민 감독. (사진제공=KBL)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중요하겠단 말을 했다는데?
 
▲열심히 하는데 안 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조금 더 기회를 주고 싶단 생각을 항상 해왔다. 비슷한 수준에 있으면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 누가 시켜서 농구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기회를 안 준다면 지도자로서 잘못됐다고 본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계획은 어떤가?
 
▲현재 삼성은 10개 구단 중 득점력이 약한 편이다. 2명 중에 1명은 꼭 득점력 있는 선수로 뽑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빠른 농구를 위해서도 그렇다. 팬들과 여론의 기대가 부담스럽긴 하다. 내가 못하면 구단에 기권하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팬들하고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팬들의 기대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인기가 여전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인기 비결은 나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과거 내 동영상을 동생이 보여줘서 봤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팬들 선물을 싹 걷어가더라. 정말 뭐 이런 나쁜 놈이 다 있나 싶었다. 까칠한 매력이 있다고도 하고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더 알고 싶은 팬들의 기대감이 있으시기도 한 것 같다.
 
-더 있을 것 같은데?
 
▲다만 저는 옛날부터 주위 의식을 안했다. 농구만 한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은 연예인이고 저는 스포츠인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구단에도 스포츠 관련 인터뷰나 그런 것들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활동이나 그런 것들은 아직도 떨리고 부담스럽다.
 
-문경은(SK) 감독을 시작으로 최근 김영만(동부) 감독까지 1990년대 스타들이 지휘봉을 잡아 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문경은 감독님이 첫 출발을 잘해줬다. 김영만 감독님과 제가 이제 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프로농구 감독님들이 좀 오래하셨으면 좋겠다. 내가 꼭 그러겠다는 건 아니다. 단지 미국을 보면 오래 팀을 이끄는 감독들이 많다.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너무 성적위주로 가다보니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코트에서 멋있게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농구대잔치 시절과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는 대학 때 분업농구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막 혼자 휘젓고 다니다가 연세대 입학하니 딱딱 역할이 주어졌다. 근데 저는 그게 싫지가 않았다. 요즘은 더 화려해지고 빨라졌다. 멋있다. 대학 연습게임 가서 보면 10명 중 9명이 다 덩크슛을 한다.
 
-지금 프로 농구가 부족한 부분은?
 
▲조직력이나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저는 예전에 대표팀 후보만 올라도 가슴이 떨렸다. 그런데 프로화가 되면서 그런 것들을 기피하는 태도도 가끔 있는데 전 좀 다르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하고 싶어도 못해보는 선수들이 많다.
 
-그렇다면 잘하는 에이스급 선수와 희생하는 선수가 있다면 누굴 택하겠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기량이 떨어져도 팀플레이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5명이 하는 농구기 때문에 누구하나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저는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분명히 키워주고 싶다. 어느 선수들이나 잘하는 게 있기 때문에 그걸 시키려 한다.
 
-코치진은 어떻게 구성할 생각인가? 예능인으로 변신한 서장훈 얘기도 많은데?
 
▲사실 장훈이에게 코치 의사를 물어봤다. 장훈이 하고 저의 관계는 많은 분들이 아신다. 하지만 본인이 은퇴한지 1년 밖에 안 됐다. 자기가 좀 강하기 때문에 형한테 피해가 올 수 있다고 걱정스럽게 얘기하더라. 코치라는 직책이 너무 나서고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게 걱정되는 것 같더라. 다음 기회가 되면 반드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장훈이도 너무 오래 운동을 해 지금은 그냥 쉬고 싶을 것이다.
 
-그럼 몇 명 정도 후보군을 두고 있나?
 
▲한 4~5명 정도 후보군 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도 간과하면 안 되니까 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내 밑으로 따져보니 생각보다 많이 없더라. 다 보면 어느 팀엔가 가 있다. 현재는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다 후보에 놓고 보고 있다.
 
-예전에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맥도웰이 코치를 하고 싶다면?
 
▲안그래도 맥도웰이 예전에 한국에서 코치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은 한국농구를 잘 알고 같이 있어봤기 때문에 생각은 있다. 그때 참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내가 짧다. 도움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외국인 코치 뿐만아니라 무엇이든지 도움 받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다음 시즌에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오히려 마음만은 더 편할 것 같다. 우승하고 싶다는 그런 식의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강팀이던 삼성의 이미지가 지금은 많이 퇴색됐다. 내년 시즌에는 '저 팀 만나면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끈끈한 팀을 만들고 싶다. 간절함이나 절실함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팬 분들은 선수들 위주로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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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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