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거래소가 금시장을 개설한지 1개월이 지났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돼 기대가 높았지만 가격매력이 낮아 투자자 유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설한 KRX금시장에서는 지난 22일까지 1개월간 78.7㎏, 일평균 약 3.6㎏의 금이 거래됐다. 누적 거래대금은 35억2000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평균 약 325회의 호가가 제출되고, 일평균 약 138건의 거래가 체결됐다. g당 금값은 개장일에 최고가(4만6950원)를 기록한 뒤 점점 하락해 21일 종가 기준 4만3290원으로 떨어졌다.
국제 금시세와 연동되고 있는 KRX금시장 시세는 개설 초기보다는 차이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환산시 개장 1주차 101.4, 2주차에는 101.5, 3주차 101.1, 4주차 100.9로 괴리율이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물사업자를 유인하기에는 금가격이 비싸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제 금시세를 100으로 환산시 거래소 시세는 100.9다.
23일 기준 장외 소매시장에서는 121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어 개인 매수 비중은 높다. 하지만 장외 도매가격은 100.4~100.5에 거래되므로 사실상 실물사업자의 유인효과는 전무한 수준이다. 여기에다가 거래소 시장에 수수료와 부가가치세까지 추가로 붙으면 금 가격은 더 높아진다.
이같은 낮은 가격 매력도는 거래량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6㎏으로 하루 적정 거래량 10㎏에 미달한다.
국제 금값의 하락도 거래소 금시장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줄어든 여파다. 이날 기준 금값은 3일 연속 하락하며 1281.1달러에 마감했다. 10주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거래소는 금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협의대량매매제도와 적격수입금리스트 확대 등 다양한 대책방안을 내놨다. 대량매매의 여지를 남기고, 수입금 브랜드를 확대해 거래주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협의대량매매제도는 ▲특정품질에 한한 특매 ▲특정브랜드에 대한 선호 ▲대량 거래에 대한 시장충격 방지 등을 이유로 일부에 한해 대량매매를 가능하게 한 제도다. 현재 호가 당 최대 주문수량은 5kg으로 제한되고 있다.
특히 순도 표준화 방침을 유연하게 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는 그간 순도 99.99%의 골드바만 취급해 왔다. 금의 순도와 품질 등을 엄격히 관리해 규격화된 금만 취급하겠다는 방침에서다. 하지만 실제 장외시장에서는 순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금들이 유통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를 감안해 특정 품질에 관해서 매매가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적격수입금리스트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거래소는 수입브랜드 19개의 품목에서 금을 제공하고 있다. 수급차원에서 5~6개 정도의 브랜드 리스트를 확대해 실물사업자 유인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수입금에 대해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0.6%)를 면제해 유인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원대 거래소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은 "KRX금시장의 거래량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장외시장 대비 거래편의성과 가격의 이점이 있는 만큼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