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국내 제약산업 환경은 내수시장 포화로, 또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지 이미 오래. 신약개발 등을 통해 해외로 영토를 넓히는 제약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화됐다.
녹십자는 이 같은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지난 2012년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라는 비전을 선포,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꼭 필요한 약, 경쟁력 있는 약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녹십자는 비전 선포 2년 만인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수출액 1억달러 돌파, 태국 혈액제제 플랜트 수주,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중동과 아시아 지역 수출 성공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며 ‘글로벌 녹십자’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전략품목 경쟁력 극대화..글로벌 시장 개척
녹십자는 그간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 잠재력과 개발 성공 가능성, 글로벌 경쟁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 R&D센터 전경.(사진=녹십자 제공)
지난해 말 북미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 FDA에 BLA(생물의약품허가)를 신청할 예정인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 글로벌 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희귀질환치료제 ‘헌터라제’ 등이 녹십자의 대표적인 글로벌 전략 품목이다.
‘헌터라제’는 녹십자가 세계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의 일종으로 저신장, 운동성 저하, 지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질환이다. 남아 10~15만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명, 국내에만 70여명, 미국에서는 5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는 향후 다국적제약사와의 파트너링을 통해 헌터라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시장의 절반 이상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헌터라제는 지난해 2월 미 FDA로부터 임상 시 최대 50% 세금감면과 신속심사, 허가비용 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녹십자는 미국 현지 임상과 품목허가가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녹십자 백신 연구 개발.(사진=녹십자 제공)
백신의 선두주자인 녹십자는 독감백신 부문의 개발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간 준비해왔던 AI(H5N1)백신 임상을 올해 내에 완료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유정란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임상에 착수한 녹십자는 독감백신의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세포배양 방식 또한 4가 백신의 임상을 올해 내 시작한다.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1인용과 다인용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심사(PQ : Pre-Qualification) 승인을 받을 정도로 품질과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수출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개발 노력은 향후 녹십자가 독감백신 부문에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글로벌 백신으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자신했다.
녹십자가 자체기술로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은 올해 말 출시가 기대된다. 뉴라펙은 암환자의 항암제 투여 시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항암보조제로, 지난해 임상 3상을 마치고 현재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녹십자는 뉴라펙의 글로벌 파트너를 모색해 유럽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 ‘MGAH22’, 항응혈제 ‘녹사반’ 등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희귀질환 파브리병 치료제 ‘GC1119’, 유전자재조합 빈혈치료제 EPO의 바이오베터인 ‘EPO-hFc’, 간이식 환자의 B형간염 재발 예방과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인 유전자재조합 ‘헤파빅-진’, 위염치료제인 천연물신약 ‘GC6101A’ 등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 올해 수출 2억달러 도전
녹십자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 1억달러 돌파에 이어 올해는 수출 2억달러에 도전한다. 녹십자는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인 1억4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지난 2012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또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주요 수출 품목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혈액제제와 백신제제다. 특히 백신제제의 연간 수출액은 지난 2012년 대비 3배 가까이 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녹십자의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사진=녹십자 제공)
특히 독감백신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독감백신은 녹십자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품목으로, 이전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세계적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 세계에서 녹십자를 비롯해 단 4개의 회사만이 국제기구 독감백신 입찰 자격을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녹십자가 유일하다.
녹십자는 지난해 백신 세계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범미보건기구(PAHO)에 단일품목으로는 국내 최고 수출액인 2400만달러 규모의 독감백신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글로벌 백신 제조사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아울러 녹십자는 헌터라제를 지난해 중동과 아시아 지역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북아프리카 지역에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희귀의약품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과 알부민 등의 혈액제제가 지난해 남미, 아시아, 중동지역으로 8000만달러 가까이 수출됐다.
또 지난해 6900만달러 규모의 태국적십자 혈액분획제제 플랜트를 수출한 녹십자는 혈액분획제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 중 생물학적제제 플랜트 수출은 녹십자가 처음이다. 이 플랜트는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가 올해 말 건물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 실적에 대해 “그간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비전 경영에 집중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제품의 경쟁력을 극대화한 글로벌 전략 품목들로 글로벌 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십자는 연초부터 역대 최대 규모 수출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리며 올해 수출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해 말 범미보건기구의 의약품 입찰에서 올해 공급분 수두백신 1700만달러 규모의 입찰 전략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범미보건기구의 2014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2300만달러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했다.
이번 독감백신 수주 규모는 지난해 녹십자 연간 독감백신 수출액과 맞먹는 수치다. 녹십자는 곧 이어질 범미보건기구의 북반구 독감백신 입찰에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신제제 수출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혈액제제,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기술력을 기반에 둔 플랜트 수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 나가는 한편 헌터라제의 수출 판로 확대 등을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현지 법인 중국녹십자(Green Cross China)에 거는 기대도 크다. 중국 내 혈액제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데다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올해 중국녹십자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녹십자는 지난 1995년 10월 글로벌 전략에 따라 중국 안후이성 화이난시에 중국녹십자를 설립했다. 총면적 1만2000평에 연간 혈장처리량 30만 리터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중국녹십자는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저장, 장수, 안후이 등 6개의 영업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녹십자는 중국 내 혈액제제 공급 부족을 겨냥해 지난해까지 200억원을 들여 생산설비 개선을 마쳤다. 이와 함께 중국 내 7개의 민간 혈액원(혈참)에서 혈액제제의 원료인 혈장을 공급받고 있는 중국녹십자는 혈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추가로 현지에 혈액원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녹십자는 올해 생산성 제고에 주력하고, 중곡 내 도매와 물류를 담당하는 거린커는 국내에서 수입하는 알부민의 매출 증대와 녹십자가 개발한 그린진 에프, 헌터라제의 등록 추진 등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녹십자 관계자는 “중국 내 혈액제제 시장에서 유일한 외국 기업인 중국녹십자는 30여개의 중국 현지업체와 비교해 제품 경쟁력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녹십자의 현지 시장까지 염두에 둘 정도로 향후 중국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국녹십자는 지난해보다 100% 늘어난 600억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설정했다.
녹십자는 이와 함께 보다 안정적인 혈장공급처 확보를 위해 지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혈액원 2곳을 인수하며 미국 현지법인 GCAM을 설립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라레이도(Laredo)에 네 번째 혈액원을 오픈한 GCAM은 올해도 지속적인 혈액원 신설을 추진해 혈액제제의 안정적인 원료공급과 미FDA 라이선스 획득에 힘쓸 예정이다.
한편 지난 1967년 설립된 녹십자는 B형간염백신, 수두백신, 독감백신, 혈우병치료제 등 꼭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공급하는 데 힘써왔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시에는 자체 개발한 예방백신을 전량공급하며 백신주권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