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33)씨가 항소심에서도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흥준)는 25일 유씨의 간첩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사기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유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유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하면서 근거로 삼은 동생 가려씨의 진술이 불법으로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여동생을 함께 기소하지 않았으나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어 공식적으로는 피의자 신분이었을 가능성이 존재했다"며 "여동생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작성된 진술서는 위법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동생이 부당하게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의 구금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한 것"이라며 가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가려씨의 진술에 기초하지 않은 유씨의 모든 간첩 혐의도 증거가 없어 1심과 같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유씨의 '북한이탈주민의보호 및 정착지원에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여권법위반' 혐의에 더해 항소심에서 추가된 사기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유씨가 북한이탈주민을 가장해 8500여만원의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점과 가려씨도 같은 방법으로 한국에 입국시킨 점 등에 비춰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에 입국한 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과, 간첩 혐의로 7개월간 구금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이 확정되면 유씨는 추방된다. 출입국관리법은 금고 이상의 선고형이 확정된 외국인을 강제퇴거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유씨는 즉각 상고할 의사를 밝혔다.
유씨는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한 뒤 탈북자 200여명의 신상정보를 3차례에 걸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했으나,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뒤 간첩 혐의를 입증하고자 유씨가 중국을 경유해 북한을 드나든 기록이 담긴 증거 3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문건은 국정원을 통해 확보했다.
이후 국정원이 해당 증거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고, 국정원 직원 3명과 민간인 협조자 1명 등 관련자 총 4명이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유씨의 간첩 혐의에 유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기존 혐의보다 형량이 무거운 사기죄를 포함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간첩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가 25일 서울고법에서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