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챔피언십 볼튼의 이청용. (사진캡쳐=볼튼 트위터)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리그)에서 뛰는 이청용(26·볼튼)에게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은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청용은 볼튼에서 다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볼튼은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십리그 잔류가 확정됐다. 1부리그(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이뤘던 이청용에게 챔피언십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청용의 발전을 위해서는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새 팀을 찾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이청용의 나이를 생각했을 때 다음 시즌까지도 2부리그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브라질월드컵 이후 어떤 식으로든 이적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인들이 지켜보는 대회다. 눈에 띄는 활약은 곧장 이적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매년 나온 이적설에 볼튼은 "안 돼"
이청용은 FC서울에서 뛰던 2009년 7월 볼튼 이적을 진행했다. 이후 8월에 K리그에서 곧장 잉글랜드로 건너가며 사상 최고 이적료인 350만 달러(약 44억 원)를 FC서울에 안겼다. 대한민국 최연소(만21세) 프리미어리그 진출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적응은 단계를 밟아갔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그는 이적설에 휩싸인 바 있다. 이청용은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월드컵에서 이 같은 활약은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팀으로 이적할 것이란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2011년 7월30일 뜻하지 않게 다쳤다. 잉글랜드 4부리그 팀 뉴포트카운티와 친선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톰 밀러에게 거친 태클을 당했다. 그는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산소 호흡기를 낀 채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부상으로 이청용은 약 9개월의 치료기간과 재활훈련을 거쳐야 했다. 그때부터 볼튼은 내림세를 보이며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이청용 또한 복귀 후 자연스레 프리미어리그와 멀어졌다.
복귀 후 예전 기량을 되찾은 이청용은 매년 여름과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볼튼은 "이청용은 내줄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더기 프리드먼 감독 여전히 완강
볼튼은 여전히 이청용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나온 프리미어리그 팀 헐시티 이적설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헐시티는 이청용의 경기력을 살펴보기 위해 볼튼 경기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튼의 더기 프리드먼 감독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볼턴의 지역 언론 '볼튼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청용의 이적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그와 관련한 어떠한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이청용의 이적과 관련한 보도를 봤지만 우리는 누구에게도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프리드먼 감독의 강경한 태도는 며칠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 15일에도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청용은 어제나 믿을만한 선수이지만 자신의 경기력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한국 대표팀이 유럽 시즌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를 자주 데려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계약 만료 전 '여론몰이'라는 해석도
다만 이런 발언에는 조금 다른 관측도 존재한다. 볼튼이 이청용과 계약 기간을 고려해 한국 대표팀을 운운하며 이적을 위한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이다.
이청용과 볼튼의 계약은 2015년까지다. 볼튼이 과거 고가로 책정해 놓은 이청용의 이적료 600만 파운드(약 105억원)를 어느 정도 낮춤과 동시에 그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선수인데 자신들의 관리가 아닌 한국 대표팀의 지나친 개입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책임 떠넘기기'란 해석이다. 이는 곧 이청용의 기량만큼은 어느 팀에 가도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청용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셰필드 웬즈데이와 경기에서 시즌 2호 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드리블로 치고 나간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청용의 득점은 그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