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나중에 저희 팀 퍼즐을 맞췄을 때 그 안에 있고 싶어요. 팀에 녹아드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알았어요."
원주 동부의 2년 차 신예 두경민(23)이 '팀'을 얘기했다. 동부 연습체육관에 적혀있는 '원팀! 원스피릿! 원골!'이 어느새 그에게 어울렸다.
지난 시즌 짜릿한 데뷔전과 함께 식스맨까지 모두 경험한 그는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한 데뷔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체중 5kg 증가'를 목표로 한 두경민. (사진=임정혁 기자)
24일 원주 숙소에서 만난 두경민은 유독 '독기'란 말을 많이 했다. 그는 "독기를 깨달았다. 유니폼 앞에 새겨있는 동부 마크와 뒤에 쓰여 있는 제 이름을 생각하려 한다"면서 "다시는 삭발하고 싶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두경민의 출발은 산뜻했다. 10월25일 부산 KT와 경기에서 2쿼터에 투입됐다. 코트를 밟자마자 그는 3점슛 4개 포함 연속 14득점을 퍼부었다. 동부 체육관이 술렁였다. 당시 그는 21분을 뛰며 18득점을 올렸다. 폭발적인 데뷔전이었다.
김종규(LG), 김민구(KCC)에 이어 전체 3순위로 동부에 입단한 두경민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비록 당시 경기에서 동부가 졌지만 원주 팬들은 그의 가능성에 환호했다.
하지만 화제가 된 데뷔전을 놓고 두경민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데뷔전에서 크게 터져서 더 독이 됐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랬다. 두경민은 이후 경기에서 줄줄이 결장했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동부의 전임 이충희 감독은 신인의 패기보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중시했다. "플레이가 너무 급하다" "완급 조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두경민에게 제기됐다.
두경민은 "당시 제가 해보지 않았던 농구를 했다. 원래 1~2번(포인트가드, 슈팅가드)을 봤는데 감독님께서 3번(스몰포워드)에 가까운 슈터 플레이를 원하셨던 것 같다"면서 "결국 소화를 못 한 건 제 잘못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어차피 선수기용은 감독님 권한"이라며 "제가 잘했으면 뛰었을 것인데 제가 그 정도밖에 안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경민은 유니폼 앞에 있는 동부 마크와 뒤에 쓰여 있는 이름 석 자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KBL)
두경민은 시련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경희대 시절 경험해 보지 못한 연패와 벤치에 있는 시간은 자신을 돌아볼 기회였다.
그는 "대학 때는 한 경기만 져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떻게든 이기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이기든 지든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경기 내용이나 풀어가는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귀띔했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두경민은 경기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비디오를 많이 보고 있다. 예전 동부가 잘했을 때의 경기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팀에서는 (윤)호영이 형과 (박)지현이 형, (안)재욱이 형이 많이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김)주성이 형도 많이 도와주시는데 형이 자기 얘기는 이제 그만하라고 하셨다"고 웃어 보였다.
두경민의 목표는 명확하다. 선수 생활을 하며 베스트5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하다 보면 10년 안에는 받지 않겠느냐"면서 "목표가 큰 만큼 기간은 길게 잡아야 한다"고 신중히 말했다.
상을 목표로 두는 이유도 있다. 두경민은 경희대 3학년 시절인 2012년 MBC배 대학농구대회 MVP 이후 개인상을 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대학 동기인 김종규와 김민구가 더 많은 수상 경력을 쌓았다. 그는 "상에 큰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두경민은 다음 시즌을 "깊이 숨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남들 앞에서는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뒤로는 열심히 칼을 갈고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작년에 저희 팀만 만나면 상대 팀들이 연패를 끊는다는 생각을 하고 나오는 것 같더라"면서 "꼭 팀에 녹아들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