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세월호 침몰 참사가 벌어진지 2주일이 되는 29일에야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17일 진도 현지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던 박 대통령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사과할 타이밍을 놓친 '늑장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에는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선장 등에 대한 단죄자를 자처하며 정부 책임론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던 박 대통령이었음을 감안하면, 정홍원 국무총리의 27일 자진사퇴에도 진정되지 않는 성난 민심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로까지 비쳐진다.
아울러 전대 미문의 윤창중 성추문 사태와 기초연금 대선 공약 파기 논란,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국민 사과 형식이 아닌 국무회의에서 '간접 사과'를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권 국가기관들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 등 집권 이후 불거진 각종 난맥상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 앞에 직접 고개를 숙인 적은 없다.
진작 사과를 했어야 했다는 비판과, 또 국무위원들만 앉은 자리에서 사과하는 시늉만 했다는 질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셈이다.
또 이번에 정부가 보인 초동 대처 미숙과 갖은 혼선으로 인해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의 사과 요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박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했던 것은 진도 방문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첫 날인 이날 신속한 조문을 다녀온 장면과 대비돼 아쉬움을 준다.
나라를 온통 절망에 빠뜨린 최악의 재난에도 애걸을 해야만 국정 최고책임자의 사과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또한가지 비극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한 뒤 떠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