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 입구부터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사진=김수경기자)
[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중국 노동절 연휴 이틀째. 2일 오후 12시 명동거리는 마치 중국 번화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입은 통역원들이 곳곳에 배치된 가운데 여기저기서 '환잉광린(환영합니다)'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명동 인근 면세점 역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매장 계산대마다 줄이 즐비하게 늘어선 광경이 펼쳐졌다. 홍보 안내판은 모두 중국어로 돼 있었고, 물건 진열도 중국인 선호에 맞게 재배치하는 등 요우커 맞이 채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역시 쇼핑품목 1위는 단연 '한국산 화장품'.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중저가 브랜드숍이 면세점에 모두 입점되면서 명동거리로 몰리던 관광객들이 면세점으로 대거 이동한 점이 눈에 띄었다.
명동거리 화장품 매장은 비교적 한산한데 반해 면세점 화장품 코너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면세점 국내화장품 매장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다.(사진=김수경 기자)
명동거리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긴했지만 쇼핑보다는 먹거리 등을 찾아 아이쇼핑을 하는 허수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명동 매장 직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명동 거리를 지나다니는 중국인들 손에는 대부분 면세점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명동 A화장품 브랜드 직원은 "기대만큼 손님이 많지 않다"며 "오전에 먼저 면세점에 들러 쇼핑을 마친 뒤 면세점에 없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명동에 들러 쇼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면 오전부터 시작된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행렬로 인해 면세점은 북새통이었다. 특히 화장품 매장과 소형 가전제품, 건강식품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정도로 쇼핑하는 중국인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
일부 매장의 경우, 큰손 중국인들이 인기품목을 일면 '싹쓸이 쇼핑'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매장 옆에 박스채로 상품을 대기시켜 놓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직원들은 한꺼번에 몰려든 관광객들을 상대하느라 엉켜있는 계산대 줄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반면 화장품매장의 경우, 국내화장품 브랜드로만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외국 브랜드 매장은 대부분 손님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한산한 모습도 특징적이었다.
◇해외 명품브랜드 매장은 손님이 거의 없어 국내화장품 매장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사진=김수경기자)
기온이 올라가면서 선글라스 역시 중국 관광객들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인기 품목 중 하나. 선글라스 진열대 앞은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원액기, 밥솥, 로봇청소기 등 소형 가전제품 매장 역시 중국인들이 최근 선호하는 쇼핑품목 리스트에 오르면서 진열된 물건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원액기, 밥솥 등을 파는 가전제품 매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사진=김수경 기자)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중국 현지 홈쇼핑 등을 통해 국내 가전제품이 판매되면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졌다"며 "이번 연휴동안 상당한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중국 노동절 특수를 가장 크게 누릴수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면세점은 연휴 초반 부터 성적이 상당히 좋았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모두 이번 연휴기간 동안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화장품 뿐 아니라 명품 핸드백, 건강식품 등 쇼핑 인기품목이 한 곳에 모여있는 만큼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에 면세점 쇼핑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주말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29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5월1일~5월3일) 특수로 양국의 관광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세월호 사건 이후 침체됐던 경기가 크게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예년처럼 떠들썩한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내수소비가 워낙 바닥을 찍고있는 터라 이번 연휴기간 동안 매출 상승을 위해 업체들마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