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치적이 될 수 있는 이슈들에는 시시콜콜 개입해 '만기친람'이라는 비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는 수동적,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으며 4시간에 걸친 이날 회의는 파격적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자영업자 등 시민들이 나서서 '푸드카·''학교앞 관광호텔' 등의 문제를 장관들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박 대통령은 이를 점검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던 바로 그 회의다.
마치 심판관처럼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장관들을 지켜보는 박 대통령의 서슬에 장관들은 면밀한 세부검토 없이 '규제 없애겠다'는 답변만 봇물처럼 내놨다.
이날 회의는 규제의 옥석을 가려내는 토론의 자리라기보다는 '내가 나서서 해결해주마'라는 식의 '민원해결사'로서의 대통령 이미지만 남은 자리였다.
이 같은 사례를 비롯해 박 대통령은 그간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 귀화, 신학기 교과서값 문제, 염전노예 사건 등 해결사로서의 면모가 돋보일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세세한 것까지 모두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지도자의 신속한 조치가 간절했던 세월호 침몰 참사 국면을 맞아선 그간의 행보와는 상반된 태도로 보이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은 21일 승객들을 버린 선장과 승무원들의 행위를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비난, 단죄자를 자임하며 정부에 쏠리고 있는 책임론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다.
그는 사고 발생 다음날인 17일에는 진도 현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자신의 뒤에 있던 장관 등 고위직 책임자들을 가리키며 "만약에 지금 오늘 여러분들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된다"라고 말해 단죄자로서의 면모를 또한번 과시했다.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심판자, 단죄자의 역할만을 했을 뿐 자신이 총책임자로서 문제를 맞닥뜨려 풀어본 경험은 거의 전무하다.
과거 천막당사때도 그렇고 이명박 정부때 '여당 내의 야당'의 자세를 잡았던 때도 그랬다.
잘못을 저지른 같은 집단에 속해있으면서도 스스로 책임지기보다는 다른 사람, 아랫사람을 질타하고 처벌하는 '정의로운 단죄자'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는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국정 총책임자로서 초동대응과 구조 실패의 책임 앞에 본인이 직접 서야한다.
또 '무차별적인 규제완화' '안전보다 이익 중심 사회' 등 불합리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국가적 차원에서 개조해야 하는 책임도 그에게 있다.
과거의 인기 구축 방식대로 선장이나 해경, 장관과 총리 등을 처벌하거나 사퇴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벤트성 '업적 보여주기'에는 능통한 박 대통령이 이제 실제의 '문제해결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줘야 할 처지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