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대규모 점포 통폐합에 따른 구조조정과 임금단체협상(임단협) 문제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파업 수순으로 가고 있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언제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긴 마찬가지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씨티은행 노조가 사측의 지점 통폐합에 대한 취소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씨티은행측은 "법원이 영업점 통폐합은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으로 인정했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달 8일 은행지점 190개 중 56개 지점을 통폐합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뒤 30일까지 4차 폐쇄예정점포 명단을 공개했다.
법원마저 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 노조 측이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90%가 넘는 찬성표를 받은 만큼 예정됐던 1단계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3단계로 나눠진 파업에서 1단계는 점포와 부서별 릴레이 휴가, 내부 보고서 작성 거부, 판촉 활동 중단, 씨티그룹 본사와의 전화회의 거부 등이다. 노조는 오는 7일부터 태업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외국계은행인 SC은행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SC은행 노사는 지난달 2013년도 임단협에 전격 합의한 동시에 점포 통폐합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SC은행 노조가 당초 요구했던 임금 인상률을 2.8%에서 2.3%로 물러나는 대신 사측은 점포 통폐합 규모를 기존 100여개에서 50개로 줄이고 통폐합 점포의 직원들은 인근 점포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SC은행도 시한폭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시장의 점포를 25%(100여개) 줄이겠다는 SC그룹의 로컬사업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한 잠시 미뤄진 것 뿐이라는 것.
수년 전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인한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두 달 가량 노조의 총파업으로 SC은행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리차드 힐 행장 후임으로 온 아제이 칸왈 행장이 취임 초기인 만큼 노조와의 마찰을 일단 피하고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국내 시장에서 점포를 철수하는 이유는 결국 수익성 악화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각각 1779억원, 773억원으로 61%씩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들의 이익감소율(53.7%)보다 심각하다.
SC그룹은 실제로 한국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SC은행이 비용만 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을 철수하는 동시에 같은 계열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도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SC은행 노조 관계자도 "이번 임단협 및 채널전략 관련 합의 사항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덕분"이라면서도 "사측이 점포 폐쇄의 근거로 얘기하는 수익 악화는 경영진의 잘못이지 직원의 잘못이 아니다.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