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12개월동안 계류 상태였던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용자 차별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간에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2일 밤 본회의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 재석 218인 찬성 215인, 기권 3인으로 의결했다.
조해진(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투명화해 건전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내용으로는 ▲보조금의 부당한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단말할인·요금할인 선택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무분별한 보조금 지급과 이용자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업체의 보조금뿐 아니라 제조사의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궁극적으로 불투명한 보조금, 장려금을 차단해 단말기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앞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통3사 및 제조사 임원,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단통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분기별 마케팅비용이 사상 최대에 이르는 등 보조금 출혈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던 이동통신사들은 단통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국내 휴대폰 시장이 축소되고 경쟁환경도 변할 것이며, 제조사의 영업비밀을 정부에 제출하는 것이 꺼려진다는 이유로 단통법에 반대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전 방통위원장은 올 초 이통3사, 제조사 임원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사진제공=미래창조과학부)
통신업계와 증권가는 이번 단통법 통과가 이동통신사에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조금이 줄고 단말기 판매대수가 줄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통법에 찬성해온 이통사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 1분기 사상 최대의 마케팅비용(보조금)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통신업계로서는 단통법을 통해 마케팅비를 절감하면 실적호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부 신규 가입자가 중고폰이나 저가폰을 확보하고 요금할인 선택제로 가입하면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해 매출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통사의 보조금 감소는 요금할인 선택제에 따른 매출 감소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에도 단말기 가격이 하락하고 단말기 조달이 용이해져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단통법 통과가 제조사와 휴대폰 판매점 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시장이 축소되고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에 따른 매출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국내 제조사에게 역차별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의 경우 단통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제조사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양종인 연구원은 "단통법 통과시 단말기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대수가 줄어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판매점 역시 단말기 판매가 감소하면서 가입자 유치 창려 인센티브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