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타' god 컴백의 의미

입력 : 2014-05-08 오후 1:22:38
◇신곡 '미운오리새끼'로 컴백한 god. (사진=올리브TV)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그룹 god가 돌아왔다. god는 8일 새 노래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했다. god가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지난 2005년 발매한 7집 앨범 ‘하늘 속으로’ 이후 약 9년만이다. 당시엔 멤버 윤계상이 탈퇴한 뒤 나머지 멤버 네 명이 활동을 펼치던 시기였다. 윤계상까지 포함된 다섯 명의 멤버가 함께 신곡을 낸 것은 2002년 발표한 5집 'Chapter 5' 이후 약 12년만이다.
 
반응이 뜨겁다. ‘미운 오리 새끼’는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god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왕년의 스타’ god의 컴백이 의미하는 것들에 대해 짚어봤다.
 
◇신곡 발표 하루를 앞두고 함께 포즈를 취한 god의 박준형(왼쪽)과 김태우. (사진=박준형 트위터)
 
◇데뷔 15년차에 신곡 발표..아이돌 활동의 새 길 제시
 
god는 지난 1999년 데뷔한 이후 '어머님께', '촛불 하나', '거짓말', '길'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신비주의 콘셉트를 앞세우던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god는 팬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05년 12월 개최한 고별 공연을 끝으로 god의 멤버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순 없었다. 이후 멤버들은 개별 활동에 집중했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어느 순간 해체의 순간을 맞고, 이후 각자의 개별 활동에 집중하게 되는 과정.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이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한창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이돌들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고민 중인 아이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god는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뭉치는데 성공했다. 데뷔한지 15년이 지났다. 아이돌 그룹의 평균 활동 기간으로 여겨지는 5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 아이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god의 컴백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 많다”며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내지는 우리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god가 후배들에게 새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god의 재결합을 계기로 아이돌들의 활동 기간과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god의 신곡 작업 모습을 공개한 박준형. (사진=박준형 트위터)
 
◇그 시절 그 노래, 요즘도 통한다
 
‘미운오리새끼’는 히트메이커 이단옆차기가 만든 곡이다. 이단옆차기는 걸스데이의 'Something',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 등 요즘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들의 음악을 작곡했다.
 
하지만 '미운오리새끼'는 요즘의 아이돌 음악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무작정 유행을 따라 god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깔을 억지로 입히려 하지 않았다.
 
'미운오리새끼'는 '길'이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의 히트곡에서 god가 보여줬던 음악적 색깔을 그대로 갖고 있는 노래다.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곡인 이 노래는 듣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레이션과 하모니로 구성돼 있다.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자신의 모습을 길을 잃은 미운 오리새끼에 비유했다.
 
윤계상은 도입부를 책임지고, 손호영은 매력적인 목소리로 멜로디 라인을 이끈다. 데니안과 박준형은 랩 파트에서 감성적인 랩을 내뱉는다. 후렴구를 책임지는 김태우의 보컬은 여전히 파워풀하다. 다섯 명이 함께 노래를 부른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다.
 
god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미운오리새끼는 이제는 30~40대가 된 god 팬들의 추억을 강하게 자극한다.
 
올 들어 임창정, 이선희 등의 베테랑 가수들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음원 차트에서 롱런을 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에겐 없는, 자신만의 느낌이 있는 음악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
 
가요 관계자는 “베테랑들의 노래가 이처럼 인기를 얻는 것은 가요계에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이 가득한 가운데 대중들이 새로운 색깔의 음악을 그만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며 “베테랑 가수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룹 god가 신곡 '미운오리새끼'를 발표했다. (사진=싸이더스HQ)
 
◇뭉치고 흩어지는 아이돌 그룹들..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
 
god의 재결합이 손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신곡 발표를 앞두고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각자의 소속사에서 배우 또는 가수로 활동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조율해야할 요소들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god 멤버들의 결속력을 높여줄만한 일들이 있었다.
 
지난해 손호영은 여자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힘든 시기를 거쳤고, god는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았다. 오랫동안 god를 사랑해준 팬들 뿐만 아니라 god 스스로에게도 이번 노래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마음이었다. 아이돌 그룹들이 계약 조건이나 눈앞의 이익 때문에 해체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god는 자신들을 좋아해주는 팬들과 멤버들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윤계상은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선한 마음으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god의 재결합에 대해 표현하기도 했다.
 
god는 '미운오리새끼'를 통한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god는 오는 7월 '미운오리새끼'가 포함된 새 정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이어 7월 12일과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에서 1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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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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