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이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삼성SDS를 연내 상장키로 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3세 경영 시대 개막을 위함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도 삼성SDS의 상장을 기점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규제 중심의 국내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삼성SDS가 밝힌 상장 배경이다.
삼성SDS는 "ICT서비스 시장은 국내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출현, IBM, 액센츄어 등 기존 글로벌 사업자들의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과감한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전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쏟는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관계자도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상장을 경영권 승계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은 계열사간 합병, 구조조정, 인사이동 등으로 개혁의 물꼬를 텄다.
앞서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겼고,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매각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식자재 사업을 분사하고, 건물관리사업은 에스원에게 넘겼다.
또 지난 3월 말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을 전격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한 삼성은 최근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냈다. 가히 마하의 속도다. 이건희 회장이 귀국한 지 불과 2주 만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인사도 단행했다.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승계구도에 공을 들이는 포석이 드리워져 있다. 반도체 화성사업장 불산누출 사고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동수 사장을 삼성SDS로 이동시킨 것도 상장 추진을 위한 맥락이었다는 해석이다.
삼성SDS 상장으로 이 회장의 자녀가 갖고 있는 지분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SDS 최대주주는 지분 22.58%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물산도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이재용 부회장이 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이 각각 3.9%를 들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율은 0.01%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주식 총수는 870만4312주로, 이를 현재 장외가인 주당 14만원대로 계산하면 지분 평가액이 1조2800억원대에 달한다. 당초 삼성SDS는 1999년 23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당시 이재용 상무에게 주당 715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BW 편법 증여'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다. 삼성SDS가 연내 상장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50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두게 된다.
여기에 두 자매, 이 부회장의 지분을 더한 19.05%의 주식 총수 1470여만주를 장외가로 평가하면 2조원 안팎이 생긴다. 상속을 대비한 현금성 자산이 확보되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계열사 지분정리 과정을 근거로 추측해 보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물산·삼성전기 보유지분을 상장시점에서 구주매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승계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삼성전자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현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졌다"며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급등해 수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세를 위한 자금 확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의 길이 열렸다는 설명.
한편 삼성은 그간 삼성SDS의 상장설이 나돌 때마다 상장 계획이 없다며 전면 부인해 왔다. 삼성SDS의 자체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삼성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