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베트남 증시가 13년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석유시추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된 영향이다.
8일(현지시간) 베트남 VN지수는 전날보다 33.01포인트(5.89%) 하락한 526.96으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525.37포인트까지도 밀렸다. 지난 2001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날 베트남 증시는 '아시아의 화약고'라 불리는 남중국해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힘없이 무너졌다.
◇최근 3개월 간 베트남 VN지수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지난 7일 베트남 정부는 해군 함정과 초계함을 동원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서사군도) 인근 해역에서 시추 공사를 진행 중인 중국에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 시추 공사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중국 선박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해 갈등이 격화됐다.
외신들은 베트남 관료의 말을 인용해 "중국 선박이 물대포 공격을 가하고 선체로 들이받았다"고 보도했지만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이 중국의 시추 작업을 방해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쉘 토스토 베트남캐피탈증권 기관투자 담당자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증시 움직임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며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있는가 하면 이를 기회로 저가 매수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고 진단했다.
마크 단지 아세안투자전략그룹 파트너도 "중국과 베트남간의 분쟁이 시장에 찬 물을 끼얹었다"며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 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양국간 분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트린 호아이 지앙 호치민시티증권 부대표는 "남중국해 분쟁에 주식 시장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로 인한 증시 부진은 일주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