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발생지인 진도에 내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을 지키고 현지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8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6.4 지방선거 단독 TV토론에서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내려가라는 권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서울시장으로서 제가 진도에서 무슨 일을 하겠나"며 이 같이 밝혔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시 차원의 지원 내역을 대강 설명했다. 그는 "지금 헬기 2대와 잠수전문요원 16명, 구급차 5대, 소방기자재들을 보냈다. 또 현지에 연락관을 파견해 서울시가 도와드릴 일을 전부 살펴서 그때그때마다 우의, 모포, 아리수 등을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충격 받은 여러 가족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보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외상 후 스트레스' 전문가들을 대기시켜놨다"며 "지금 이 분들이 내려가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진 사고"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고속성장을 하며 중요한 가치들이 있었다"며 '사람 중심 가치 실종'과 '공동체 붕괴'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이없는 대응을 보면 결국 기본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며 "우리가 기본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많은 언론과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몇달이 지나가면 썰물처럼 관심이 사라진다"며 "그 이후에도 우리가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이분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News1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 분향소 설치에 대한 정부의 속좁은 대응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시민들의 분향소 요구가 빗발치는 와중에 당초 저희들은 중앙정부의 원칙과 태도를 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저희들이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니까 '내일까지 실내에 설치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분향소 설치는 시장에 맡겨주면 되지 않나"며 "시민들의 접근이 훨씬 좋은 서울광장에 설치하면 좋다. 그것을 구태여 실내에 설치할 필요는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아울러 이 자리에서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그는 "정말 죄송하다. 이 사고는 인재가 틀림 없다"며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시장인 저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안전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겠다"며 "제 안에 잠제 돼 있는 관성, 타성, 안일함이 없었는지 제대로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지하철 사고 현장에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현장에 가는 것보다 더 급한 여러 조치들을 취했다"며 "먼저 구조인원과 복구반을 급파했고 부시장에게 바로 가도록 했다. 또 현장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의 조치들을 다 취하고 현장에 가서 지휘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토론회 마무리 인사에서 지방선거를 4주가량 앞둔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슬픔에 잠긴 이때 한표를 호소하는 것은 참 염치없는 일"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깊은 슬픔과 무기력을 딛고 누군가는 먼저 일어나 근본부터 돌아보고 바로 세워야한다"며 "제가 먼저 하겠다. 실천을 재선 이후로 미루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이번부터 나쁜 관행을 바꾸겠다"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약속했다. 그는 "전통적 유세 방식을 과감히 던지겠다. 유세차를 없애겠다. 과도한 선거비용을 즐이겠다. 거창한 선대위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위로와 힐링이 있는 따뜻한 선거"·"자원봉사자가 주도하는 진짜 시민선거"를 다짐했다. 그는 "2011년 재보선에서 약속한 돈 안 쓰는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실천한 바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열망하는 새정치라고 믿는다.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