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민간소비 등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경제를 우려해 긴급 처방을 내놨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계약취소 등으로 영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여행·운송·숙박 등 피해 우려 업종의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재정, 세제, 금융 지원이 추진된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150억원 내외의 운영자금을 저리에 융자 지원하며,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등도 최대 9개월까지 납부기한을 연장해 준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고 이후 민간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투자를 앞당기는 등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 확대된 수준의 재정 조기집행도 이뤄진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긴급 처방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추스리는 일종의 선제적인 '민심 수습용' 대책이라는 비판이다.
기획재정부는 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최근 경기동향에 대한 선제적 보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 곤두박질..경제 '타격'
정부가 갑작스럽게 대책을 내놓은 것은 민간부문의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달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전반적인 소비 흐름을 나타내는 신용카드 사용규모가 크게 줄었다. 카드 승인액을 보면 4월 14~15일에는 전년동기대비 25.0% 수준이었다가 사고 이후인 16~20일에는 6.9%로 뚝 떨어졌다. 4월 마지막주에는 1.8%까지 급감했다.
특히 레저·요식·숙박업 등에서 둔화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레저업은 전 사회적 애도 분위기로 인해 골프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등으로 중심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숙박업 역시 단체 여행 취소 등으로 콘도 및 기타 영세 숙박업 등이 대폭 둔화됐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4월 3주차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문화시설도 주말 영화관 관객 수, 놀이공원 입장객 수 등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세가 확대됐다.
관광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수학여행 금지 등의 조치로 총 5476건, 18만8000명 규모의 관광이 취소돼 276억원 규모의 업계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여행·운송·숙박 업계 등의 어려움이 확산될 경우 자칫 어렵게 살린 경제회복의 불씨가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영향 업체에 재정·세제·금융지원
정부는 이에 따라 세월호 사고에 따른 취약업종 지원 등을 통해 민간소비 살리기에 나섰다.
우선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세월호 사고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있는 여행·운송·숙박업체 등에 대해 운영자금을 저리로 융자 지원한다. 지원규모는 150억원 내외로 기준금리 2.25%, 2년 거치 2년 상환 구조다.
피해 우려 업종의 사업체 등이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할 경우 최대 9개월까지 납부기한도 늘려준다. 이미 고지된 부가가치세의 경우도 최대 9개월까지 징수 유예된다.
또 피해 우려 업종의 중소기업이 자금애로를 해소할 경우, 기업은행을 통해 1년 이내의 기존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며 업체당 최대 3억원까지 최대 1%포인트 인하된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준다.
여행·운송·숙박 등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최대 3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공급하고 저리융자를 지원한다. 지역 신보를 통해 업체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증료·보증비율을 우대하는 특례보증도 지원한다.
기름유출과 구조지원 등으로 조업피해를 겪은 진도·안산 등 피해지역 어민과 영세사업자에게도 세제, 금융지원이 추진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부문 중심으로 회복세가 강화될 수 있도록 2분기 재정집행 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집행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 투자 역시 하반기 투자 계획을 앞당겨 집행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들여다보면 구체성이 결여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미 나왔던 내용들이거나 앞으로 지원하거나 추진하는 방향 정도만 제시했을 뿐이다. 결국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회의가 실질적인 대책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라기 보다는 세월호 참사로 악화된 여론을 추스리기 위한 일종의 선제적인 '민심 수습용' 회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심리 위축이 경제에 영향을 준 이후에 대응할 경우 실기할 우려도 있다"면서 "정부는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선제적·적극적 대응을 통해 경제심리 위축을 방지하고 민생경제 회복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