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29년까지의 전력수급 대책을 세우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시동을 걸었지만 전력수요 전망을 설정하는 문제를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전력수급계획은 국가 에너지정책인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으로, 정확한 전력수요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발전설비를 구성하는 게 핵심.
정부가 그간 수요예측에 실패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수요예측과 발전설비를 늘려야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고려하면 수요전망과 발전용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두 목표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따라 10여년 후 국내 전력시장 판도가 바뀌는 셈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 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올해말 발표할 7차 전력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각 분과 실무진을 모아 킥오프 회의를 열었으며 전력수요를 보수적으로 설정해 수요전망치를 낮추기로 일단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년~2027년)에서 설정한 전력소비량 예측(자료=산업통상자원부)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등을 꾸준히 증설해 발전용량이 넉넉한 덕에 무리한 전력계획을 안 세워도 된다는 것.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 에너지 정책 동향과 발전설비 증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의 갈등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23기의 원전을 보유했고 앞으로도 몇기 더 추가될 테니 이제는 설비 증설 대신 수요관리를 통해 동·하계 전력수요를 조절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이다.
이에 전력수요 축소 방침이 최종 계획에서도 그대로 확정된다면 기존에 연평균 3%대 중반으로 설정했던 전력소비 증가율이 7차에서는 2%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수요전망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전력계획은 앞으로 15년 뒤를 전망하는 데 그때의 경제상황과 인구현황, 전력수요, 기상변화, 발전설비 고장과 노후 문제 등 지금 상황으로는 정확하게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과 넉달 전 확정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서 "2007년 이후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수요 전망보다 빠르게 증가 중이며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초대형 공급설비를 중앙 집중식으로 확충하겠다"는 목표와도 어긋난다.
특히 전력수요가 줄면 발전설비 증설계획도 변경해야 해 당장 발전설비 인허가만 기다리던 발전업계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판이다. 발전업계는 전력난 극복이 전력정책의 핵심인 만큼 그동안의 수요예측 실패에서 학습효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요는 올라가도 수요 증가율은 감소하고 있어 2차 에기본에서도 전력수요를 1차 에기본 때보다 15% 수준 줄이기로 했다"며 "계획된 발전설비 증설은 그대로 추진하되 수요관리를 통한 절전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2차 에기본에서 공급위주가 아닌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7차 전력계획에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나 설비 증설은 없고 발전량이 한정된 상태에서 전력공백을 극복하려면 전력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이를 국민에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