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우려했던 환율 공습이 현실화 됐다.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당시 대비 원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다.
실제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0.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요 대기업 120개사를 설문 조사한 결과, 국내 제조업의 원·달러 손익분기 환율은 1052.3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자료=전경련)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6월 1135.2원을 고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8일의 평균 환율은 1029.7원으로, 전년도 평균 환율 1095.0원 대비 6.0% 하락한 상황이다.
전체 제조업의 손익 분기 환율은 1052.3원으로 조사됐다. 손익 분기 환율은 환율이 이보다 더 내려가면 채산성이 나빠져 손해를 보는 기준이 된다. 이달 평균 환율이 1029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3원 이상 낮은 셈이다.
올해 초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수립할 당시 기준 환율이 1077.9원인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
업종별로 조선업의 손익 분기 환율이 1125.0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만큼 타격이 크다는 뜻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금이 회수되는 부분은 2~3년전 선가가 매우 낮은 수준일 때 수주된 것이어서 적정 수익성을 보장받으려면 환율이 현 수준보다 상당히 높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업종별 순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자료=전경련)
조선업에 이어 ▲음식료(1075.0원) ▲펄프·종이·가구(1067.9원) ▲석유·화학(1066.7원) ▲전자·통신(1052.3원) ▲자동차·부품(1050.0원)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산업인 비금속광물(1025.0원), 섬유(1025.0원), 철강·비철금속(1032.1원) 등의 손익분기 환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의약품(1.5%포인트), 전자·통신(1.5%포인트), 조선(1.3%포인트), 펄프·종이·가구(1.1%포인트) 순으로 영업이익율 하락폭이 컸다.
이에 반해 비금속광물은 영업이익률 감소폭(0.3%포인트)이 가장 낮았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10% 상승시 업종별 영업이익률 영향(자료=전경련)
상황이 이렇자 대부분의 기업들은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 방지를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가절감(42.0%), 환헤지용 파생상품 투자확대(16.8%), 수출단가 조정 추진(16.8%)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15.3%에 달했다.
기업들은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는 확장적 통화정책 강화(45.8%), 수출금융·보증지원 확대(27.5%), 마케팅 등 수출인프라 구축(10.8%), 환위험 헤지상품 개발 유도(10.0%) 등이 꼽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근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크게 둔화되는 등 거시지표 불안정으로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부장은 이어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