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실적 침체가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7%를 기록, 그나마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대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익성 지표인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8%에서 –12%로 하락폭이 심화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전기전자 이외 나머지 업종 순이익이 대부분 감소했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이 한창인 금융권과 한국경제를 견인하던 조선·기계·설비, 석유화학, 건설 등 중후장대형 업종의 순이익은 20조원 가까이 줄었다.
이와 함께 상위 5대 그룹으로의 의존도가 심화됐고, 하위 기업들의 실적 지표는 일제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14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해 결산자료(연결기준)를 토대로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 총액은 2638조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0조1100억원으로 2.4%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6조900억원으로 12%나 감소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이들 500대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7.2%에서 1.6%로 낮아졌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4.4%에서 –2.4%로 감소폭만 다소 줄였을 뿐 마이너스 성장은 면치 못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의 호조에 힘입은 IT전기전자와 생활용품·제약 등 일부 내수 업종만 순이익이 늘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19개 업종 중 12개(63%)의 순이익이 줄었다.
순이익 감소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증권으로, 500대 기업에 포함된 19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1조1300억원 대비 무려 67% 폭락한 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E1·SK가스 등 에너지 업종이 42.9% 감소해 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은행(39.6%), 석유화학(32.6%), 보험(20.9%), 식음료(16.8%), 여신금융(16.2%), 통신(15.6%) 순으로 순이익 감소폭이 컸다.
은행, 보험, 증권, 여신금융 등이 포진한 금융권은 모든 업종의 순이익이 17조9000억원에서 12조2000억원으로 5조7000억원(31.9%) 줄었다.
그나마 삼성전자의 호조에 힘입은 IT전기전자가 30조1000억원에서 37조6000억원으로 순이익을 24.8% 늘리며 500대 기업 실적을 방어했다.
대기업 편중 현상도 두드러졌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상위 5대 그룹의 500대 기업 내 기업수는 91개사로, 전체의 20%에 미치지 못했지만 매출 비중은 배가 넘는 40.9%에 달했다. 특히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3%로, 86조원의 순이익 중 69조원이 5대 그룹의 몫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5대 그룹이 7.7%로 하위 기업(3.7%)들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전년과 비교하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커트라인은 680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700억원 높아졌다. 하지만 영업이익 ‘1조 클럽’ 수는 22개사로, 전년 27개사 대비 5개사가 줄었다.
삼성이 500대 기업에 22개사를 포함시키며 15.7%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보였고, 현대차와 SK가 19개 계열사로 각각 9.3%와 7.1%를 차지했다.
세메스, 롯데홈쇼핑 등 31개 기업이 500대 기업에 신규로 진입했고 STX엔진, 이테크건설 등 주로 업황 부진에 시달린 기업들이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