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모나미(005360)가 한정판과 프리미엄 제품의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50년 동안 이어진 153 볼펜의 고유성과 제품에 대한 향수가 소비를 자극한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5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한정판 '모나미 153 리미티드 1.0 블랙'이 단 1시간 만에 모두 팔린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첫 프리미엄 라인인 '모나미 153ID'의 사전 판매도 3시간 만에 마감됐다.
이러한 결과에 모나미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153 리미티드는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제품에 불과했다"며 "폭발적 반응을 예상했다면 사전에 조치를 취해 판매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22일 153 리미티드 주문 폭주로 인해 판매처인 모나미스테이션의 홈페이지가 오전 한때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나미의 첫 프리미엄 라인인 '모나미 153ID'. (사진=모나미)
문구 시장에서는 모나미 열풍을 잡는 느낌이 좋은 육각주 모양의 몸체 등 디자인과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감성 마케팅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나미 153은 지난 1963년 탄생한 국내 최초의 유성볼펜으로, 육각주 모양의 몸체, 원추모양의 축 머리, 조작노크, 스프링, 잉크심 등 총 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모나미 관계자는 "지난 2011년 '153 스틱', 2013년 '153 스틱 비비드' 등 모나미 153의 변형 제품을 출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새로운 라인을 위해 제품에 뚜껑을 만들고 몸체에 색을 입혔지만, 디자인의 고유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출시된 153 리미티드와 153ID는 고유 디자인에 각각 황동과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해 153 볼펜만의 느낌을 살린 것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보통 볼펜 등 문구 제품은 주 고객층이 초·중·고 학생인 영향으로 디자인이 자주 바뀌고, 단종되는 제품도 많다. 동일한 제품에 싫증을 내기도 하고, 고장날 때까지 하나의 제품을 쓰기보다 다양하게 제품을 수집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모나미는 상대적으로 디자인에 덜 민감한 사회 초년생부터 30대 고객을 타깃으로 제품을 고급화하고, 가격도 153 리미티드를 2만원, 153ID를 1만5000원으로 책정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업계는 디자인 변형 주기가 짧은 시장 환경에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50년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높히 평가하고 있다. 또 프리미엄 모델 출시로 저렴한 제품이란 인식을 벗고, 회사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보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시장의 호응에 모나미는 153 볼펜에 대해 디자인을 출원하거나 등록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화연필, 대형마트 PB 제품이 유사한 모양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모나미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모나미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 머릿 속에 153 볼펜 디자인은 자사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동안 디자인 등록 없이도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왔듯이 앞으로도 현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모나미 153, (하) 문화연필의 캠퍼스볼펜. (사진=각 사)
특히 153 리미티드와 153ID는 1년 이상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153 리미티드는 황동 소재로 기존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소재가 비슷한 밥솥공장까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제품에 사용된 황동과 알루미늄을 153 볼펜 몸통 모양인 6각으로 깎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메탈 소재의 경우 플라스틱보다 가공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153 리미티드는 1만개, 153ID는 이름을 새겨주는 각인 서비스를 추가해 1530개만 한정 판매됐다.
폭발적 반응을 보인 153ID 사전 판매에 이어 오는 19일부터는 한정판 타이틀을 떼고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
업체 측은 "지금 시장에 형성된 분위기로 봐서는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153ID의 판매량에 따라 후속 프리미엄 제품의 출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모나미의 프리미엄 제품의 정식 판매가 다가오면서 올해 1분기 부진했던 매출을 끌어올리고, 수익성도 증가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모나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8억3100만원, 당기순이익은 7억59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 493% 급증했다. 반면 매출액은 310억7800만원으로 전기보다 9.5% 감소했다.